정유 4사 정보공개, 보고 범위 확대 추진
유류 제품 변동성 완화·가격 안정화 도모
업계 "시장 경쟁 훼손돼 가격 높아질 것"

서울시내 주유소 앞에 표기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시내 주유소 앞에 표기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영업비밀이라는 정유사들의 석유 판매가 공개 범위 확대가 재추진 중이다. 정부는 변동성이 심한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지역·판매대상별 도매가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유 4사의 휘발유·등유·경유 정보공개와 보고 범위를 광역시·도와 대리점·일반 주유소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정유사들이 보고·공개했던 자료 범위를 확대해 가격을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앞서 산업부는 판매한 석유제품의 평균 가격을 일반대리점·주유소 등 판매처별로 구분해 공개하고 별도 주유소로 판매한 가격의 경우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전체 내수 판매량의 평균 가격만이 대상으로 개별 대리점과 주유소는 공급받는 제품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휘발유와 경유가 시·도별로 리터(ℓ)당 100원 이상 가격 편차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경우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 당시 “싼 가격에 들여와 비싸게 판다”는 정유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지역별 가격 모니터링 체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시·도별 가격 편차가 완화되는 등 대리점과 주유소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정유사 간 자연스러운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판매처별 가격 공개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정유사는 석유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다양한 영업전략으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로 판매처별 가격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다. 

영업전략 노출에 따른 가격결정 구조가 훼손돼 정유사 또는 주유소 사이 경쟁 심화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 범위 확대로 정유사 간 판매가격 차는 줄어들지 몰라도, 가격은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며 “서로의 판매가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출혈 경쟁이 유발돼 그 경쟁 비용은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 가격 편차의 경우 대도시와 지방, 도서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생긴 운송 비용으로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령 개정 의지는 강한 듯 보인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의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지만, 일부 비용이 정유사나 주유소 등 업계 마진으로 흡수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국내 석유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에너지가격 관련한 부담을 대폭 낮춘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정안은 주무부처 규제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달 중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심사위원회 심사를 앞뒀고,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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