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정제마진 강세 속 상반기 실적 '날개'
수익성 핵심지표 정제마진 하락세에 불안↑
시황 변동성 대응, 미래 먹거리 육성 가속화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각각 1조3000억원대에서 최대 2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잔치를 벌인 정유업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석유제품 수요 위축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에 각 사별로 점찍은 신사업분야 내실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합산 영업익 7조원대, 상반기 역대급 실적 잔치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GS칼텍스를 마지막으로 2분기 성적표를 모두 공개했다. 기업별로 ▲SK이노베이션 2조3292억원 ▲GS칼텍스 2조1321억원 ▲에쓰오일 1조7220억원 ▲현대오일뱅크 1조3703억원 등 영업이익은 모두 1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비롯된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수익성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정제마진은 올 6월 30달러에 육박하는 등 최고점을 찍으며 실적 증대를 이끌었다.

최근 상황이 급반전됐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으로 90달러 안팎을 오르내린다. 올 3월 120달러 수준에서 대폭 하락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88.54달러를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도 경기침체 분위기가 짙어지자 증산량 감축에 나섰다.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정제마진 또한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초강세를 보이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8월 들어서 배럴당 6.6달러까지 밀렸다. 6월 넷째 주 배럴당 29.5달러 대비 80% 이상 내려갔다.

통상 정제마진의 수익분기점(BEP)은 4~5달러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처럼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함에 따라 신사업 육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새로운 사업 발굴과 육성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핵심은 정유사업 의존도 줄이기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도 가능해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하반기 시황 불확실성에 따른 시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화했다. GS칼텍스는 미래 모빌리티사업 뛰어들었다. 사진=GS칼텍스 제공

◆유가 급락·정제마진 하락… 사업 ‘방향 키’ 전환 불가피

기업들은 상반기 두둑히 쌓은 실탄으로 미래 신성장사업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수소, 원자력, 에너지솔루션 스타트업 등 미래 에너지분야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주력인 정유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터리, 수소 등 관련 분야에 집중 투자해 친환경 에너지·소재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목표다.  큰 틀에서 사업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에쓰오일은 약 7조원을 투자하는 2차 대규모 석유화학시설 건설 계획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에 속도를 냈다.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사업으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전환을 꾀한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재활용(재처리),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줬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공장은 수소 생산거점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공을 들인다. 회사는 LG유플러스, 카카오모빌리티,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도심모빌리티(UAM)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CES 2021와 두바이엑스포에서 주유소가 UAM 거점 역할을 하는 미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유소를 UAM 외 전기·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드론 배송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UAM 서비스 상용화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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