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이자 장사'로 인한 은행들의 실적 잔치는 매년 여론의 집중포화 대상이 되어 왔다. 이번엔 금융업계뿐만 아닌 기름값 상승세로 초호황을 맞은 정유업계에도 실적 잔치가 예고되면서 여론의 눈초리가 정유사로 옮겨가고 있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국내 주유소에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은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치권은 최근 유류세 법 개정을 통한 휘발유·경유 가격 인하 추진과 함께, 정유업계에 초과 이익을 환수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대한석유협회를 찾아 "고유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고통분담에 나서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른 자리에서도 "휘발유와 경유값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횡재세 도입 논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통 분담의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과이익 환수는 되레 기름 가격 인상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공급을 줄이거나 설비가동률을 낮추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유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 국가냐'는 원색적 비난과 함께 초과손실을 봤을 때 정부에서 보상할 수 있느냐는 반박도 나온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2조원의 손실을 낸 2014년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2020년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힘들 땐 ‘나몰라라’하더니 최근 발생한 일시적 고수익에 대해서는 곧바로 과세에 나서는게 너무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정치권의 초과이익 환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유가로 힘들 땐 도와준 게 있었나', '미달 이익일 땐 나라에서 충당하느냐'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는 주주의 재산권을 훼손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배당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환수하거나 이를 경영진이 묵인할 경우 배임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이처럼 정치권과 정유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횡재세 도입 논의와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정준환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은 "횡재세를 도입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정유사가 과거 사례처럼 큰 손실을 맞게 된다면 손실보전과 같은 정부의 지원책이 있는지, 자동차나 기타 다른 산업군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 유행 속 국내 외국인 환자 회복세… 2020년 대비 25%↑
- 펩트론 '파킨슨병치료제' 국내서 '치료목적 사용승인' 획득
- 동화약품, 여드름치료제 ‘세비타비겔’ 출시
- ‘서해 공무원 피살’ 유족, 우상호 만나 정보공개 협력 촉구
- 법무부, 헌재에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 청구
- 동아쏘시오홀딩스, 그룹 통합보고서 '가마솥' 발행
- [메타센서] 고강도 긴축에 DSR도 강화… 부동산 시장은 '패닉'
- 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 5000만원 공제 한도 개편돼야"
- [산업 이슈 픽] 2분기 성적표 공개 앞둔 정유사, 하반기는 글쎄?
- 추경호 "횡재세 동의 안 해"… 정유업계 안도의 한숨
- [산업 이슈 픽] 정유 4사, 축제 뒤 찾아온 '보릿고개'… "탈정유로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