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고유가·정제마진 강세 속 '호실적' 기대↑
경기침체, 제품수요 둔화 속 정유업계 불안감 커져
정제마진 큰 폭 하락… 하반기 실적 상승세 꺾일 듯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초강세로 올해 2분기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에 힘입어 정제마진이 지난달 30달러에 육박하면서다.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이를 크게 넘어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강세 속 2분기도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1조936억원이다.
기존 전망치(1조144억원) 대비 8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S-Oil) 컨센서스도 9163억원으로 기존 전망치(8687억원)보다 약 500억원 늘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같은 실적 상승세가 2분기를 기점으로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제마진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실제 7월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9.4달러로 지난주 16.13달러 대비 크게 떨어졌다.
정유사들은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에 주목했다. 또한 올해 들어 고공행진 중이던 국제유가도 10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정유사 재고평가 이익에 영향을 미쳐 실적 상승세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밑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를 비롯한 각국의 물가 폭등으로 석유제품 수요마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업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철회한 배경도 최근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회사는 지난달 29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고, 오는 10~11월 중 상장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정유업계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IPO 추진을 포기했다. 회사의 세 번째 상장 도전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와 별도로 미래사업 투자는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소재와 바이오연료, 수소사업 등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업계 제품 수요 감소와 경기침체, 중국 등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이 3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초과이익세)’ 도입을 주장하는 여론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으로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기업들의 손실 폭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봤을때 실적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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