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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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진화라는 단어가 있다. 계통이나 종이 다른 생물인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하다보니 형태적인 모습이나 생활사 등이 비슷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고기와 고래가 비슷하게 생겼으나, 물고기는 어류이고 고래는 포유류인 것처럼 말이다.

반대의 의미는 발산진화다.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나와 둘이나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진화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뜬금없이 생물학 얘기를 꺼낸 것은,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자산 업계를 보고 있으면, 증권으로 수렴진화를 할지, 아니면 발산진화를 거듭할지 궁금해져서다.

최근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의 ‘증권’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 검찰은 얼마 전 코인베이스 관계자 3명을 내부자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내부자거래 혐의를 적용하려면 디지털자산을 증권으로 규정해야한다. 그러자 이들은 문제가 된 25종 중 9종을 증권으로 분류했다. 곧바로 상품거래위원회(CFTC)와 업계, 미국 상원에서까지 반대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눌 계획이다. 금융위는 증권형을 자본시장법, 비증권형은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2013년 비트코인 기사를 쓰면서 ‘이건 증권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지금도 다르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말 발표한 백서에서 순수한 P2P(피어 투 피어) 방식의 전자화폐 비트코인을 만들어냈다. 신뢰할 수 있는 제 3자인 중앙은행도, 금융기관도 필요 없이 암호학적 증명을 통해 개인 당사자가 거래할 수 있는 전자화폐 시스템을 선보였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에이다, 솔라나, 스텔라루멘 등 다양한 알트코인이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철학과 목적, 목표를 내세워 발전해 나가고 있다. 굳이 얘기하면 발산진화해 왔다는 얘기다. 이들을 증권이라는 틀에 묶어놓는다면 현재와도 같이 다양한 시도와 발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디지털자산은 증권의 꿈을 꾸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그 무엇으로 변화해 나갈까. 결과물을 알고 싶다면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분명 그 답은 시간만이 줄 테니까.

유호석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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