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승 기자
주해승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근무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올려달라는 주장이다. 이번 금융노조의 투쟁에는 금융권의 실리만 있을 뿐 소비자와 금융시장을 위한 명분은 없어 보인다. 

이들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4.5일)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 인상률 1.4%를 제시했고,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4대 시중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원을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평균 연봉 1억원’은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들까지 합쳐서 낸 수치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은행권 사상 최대의 실적을 두고 벌이는 노사 간의 밥그릇 싸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다.

최근 은행들의 살림은 코로나19 사태를 홀로만 피해간 듯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조96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실소가 나오는 것은 노조들이 이 같은 실적을 근거로 임금 인상마저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급 실적은 경제적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대출증가와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입어 불어난 이자 이익 덕이지, 은행들의 획기적인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거둔 결과가 아니다.

노조는 근무시간 축소도 요구하고 있는데, 일단 거리두기로 단축된 기존 영업시간이나 먼저 되돌려 놓는게 우선인 듯 하다. 현재 시중은행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해제 이후에도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기존보다 1시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각 은행은 "금융노조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설 때인지도 의문이다. 올해 은행권은 억대 횡령 사건에 이어 조 단위의 이상 외환 거래 이슈까지 불거지며 도덕성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다. 

다만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투쟁 명분은 그럴싸하다. 기업은행 노조는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노조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부산 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금융권도 슬슬 눈치를 보고있는 모양새다. 최근 농협과 우리은행이 총파업에 사실상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파업에 대한 동력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소수의 노조 간부만 파업에 참가하고, 나머지 대부분 직원들은 정상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시중은행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총파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에 의한 서민들의 아픔은 채 가시지도 않았고, 금융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금융노조는 금융공공성을 외치기 이전에 실리 너머의 명분을 들고 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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