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기자
김민수 기자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개미들이여, 또 당하고 분노만 터트릴 것인가. 도대체 물적분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풍산·DB하이텍이 또다시 물적분할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이들 기업의 물적분할 움직임에 각 회사 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기 시작해서다. 

풍산은 지난 7일 알짜배기 방산사업부를 분할 및 비상장 신설법인으로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일반주주 사이에선 성난 목소리가 나오며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연대 형성에 나섰다. ‘풍산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16일 풍산 본사에 다음 달 31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할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주주들 입장에서 ‘눈 뜨고 코 베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지극히 당연할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이 제시한 분할신설회사의 비상장을 유지해 주주가치 희석을 차단하고, 분할 전과 동일한 배당정책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란 주주보호 방안만 믿고 있기엔 앞서 당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상장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 꼽힌다. 지난 1월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설립부터 상장까지 LG화학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상장 당일인 지난 1월27일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전날보다 8.13%나 하락,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전례를 빗대 ‘같은 거 두 번 당하면 호구’라는 말이 투자자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돌면서 이번 물적분할 이슈에는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풍산 주주들은 지난달 물적분할로 분개한 DB하이텍 주주들과 연대를 형성해 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작은 힘을 합쳐 큰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일이 지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이윤을 쫒는 기업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너무 미온적이다.

주주들의 계속된 지적에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상장 기업의 주주가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풍산은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물적분할에 나섰다. 풍산이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정부의 대처가 허술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시행령 발표 이전 기업을 특정할 순 없지만,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비난의 목소리에 못 이겨 쥐어 짜내듯 급조한 ‘반쪽짜리 대책’ 하나 던져두고, ‘두고 보자식’의 안일함이 또다시 물적분할 문제를 키운 것이다. 언제까지 주주들이 기업의 물적분할 발표에 불안에 떨어야 하는 걸까.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를 이끌어야 할 정부에게 좀 더 치밀하고 신속한 대처능력을 바라는 것이 사치가 아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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