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하루 동안 전면파업 단행
참여율 저조 금융업무 차질없어
연봉 1억 밥그릇싸움에 여론 싸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6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6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평균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면서 근무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올려달라는 요구로 여론의 시선이 차가운 가운데, 사측과의 막바지 협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하루 동안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 집결한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파업을 피하지 못했지만, 이날 은행 이용자들이 금융거래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에 참여하는 은행 직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국책은행의 참여율은 높지만 주축인 시중은행의 참여율은 낮은 만큼 은행 업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조들이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파업 참여가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까 우려한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명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고객과 접점에 있는 영업점 직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의 임금 평균이 7200만원 수준이라고 토로했지만,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임금인상률 요구안을 당초 6.1%에서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낮춰 제시했다. 주 36시간제 요구의 경우, 한정 직군에 대해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를 1년간 시범 실시하도록 제안했다.

막판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함도 있지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 파업 참여율이 요구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노조에는 전국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국책은행 등의 근로자 10만여명이 소속돼 있지만 핵심사업장인 4대 은행 행원들의 파업 참여 비중은 미미했다. 특히 우리은행과 농협 노조는 사실상 불참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측은 임금 인상률 2.4%를 제시한 상태다. 노조 인상안이 5.2%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에 이르는 만큼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근로시간 단축(주 4.5일 근무제 1년 시범 실시) ▲점포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개선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중단 ▲산업은행법 개정 전까지 산은 부산 이전 중단 등 노조의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사측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다"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금융업무에서 큰 차질은 없었지만 총파업이 시작되자 SNS상에는 시위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트위터 등에는 "명동 남대문까지 차가 막혀 처음 회사에 지각을 해봤다", "버스가 중간에 비상하차해 걸어서 출근했다", "그동안 시위를 이해하고 품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배부른 분들이 이렇게까지 해야할 일인지 묻고싶다" 등의 비판적인 글이 게시됐다.

금융노조는 이날 파업에도 합의가 안 되면 오는 30일 2차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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