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0조원에서 2024년 140조원 이상 성장 전망
막대한 투자 적기에 단행, 최고 기술로 가장 빨리 개발 생산해야
“현재의 결정이 미래 좌우”, 독립할 때 강조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전지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여겨질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습니다.”

LG화학은 지난 14일 주주들에게 보낸 ‘전지사업 분할 배경 및 LG화학의 비전(VISION)’이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전지산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지산업은 성장성 면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 약 50조원 규모였던 전지산업은 오는 2024년이면 14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의 연비‧환경규제 강화, 친환경 자동차‧에너지에 대한 정책 지원 확대 ▲전지소재 및 공정 기술 및 양산 기술의 진보를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 ▲전기차 성능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한 상품성 확보 및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이 시장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단기적으로 규제 주도(Regulation Push)로 추진해 온 전지시장에서 2025년 이후 소비자 주도(Customer Push)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전환되어 장기적 관점에서도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그런데, 전지산업이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2의 반도체산업이라는 비유대로라면, 전지산업도 소수의 초대형 업체들만 살아남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소수 초대형 업체만 생존할 듯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전지는 타이밍 산업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가장 만들어야 제값받고 팔 수 있다. 같은 성능의 제품을 1년 후에 개발하면 투자비에 버금가는 수익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선두업체는 새로운 신제품을 내놓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전지산업은 투자직접 산업이다. 제품 성능이 고도화 될수록 생산 장비 가격도 오른다. 시장 주기가 짧아질수록 이런 장비를 자주 사야 한다. 투자액은 그룹 차원에서 조달해야 할 만큼 거액이다. 삼성전자조차도 반도체 라인 건설에 회사의 명운을 담을 정도로 거액을 투자한다. 제품 개발을 못하거나 시기를 놓치면 회사 뿐만 아니라 그 회사가 속한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많이 벌어도 대부분 재투자에 쓰인다.

전지산업이 지금까지는 기술적 우위가 뚜렷하지 않아 수많은 경쟁사들이 존재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첨단기술의 집약산업으로 고도화되면 도태되는 기업이 많을 것이다.

이밖에 전지산업은 반도체 못지 않은 고청정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위로 계란을 칠 수준의 상당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며, 막대한 투자가 받쳐줘야 하는 위험도가 큰 사업이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가장 빨리 제품을 양산해야 하는 스피드한 사업이다. 따라서 전지사업도 반도체사업 못지 않게 상시적인 위기의식 속에서 살아야 하는 ‘스트레스 사업’이다.

◆기회와 경쟁‧위기 혼재, 중대 시점

LG화학은 서한에서 전지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현재의 결정이 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자동차(EV) 전지 중심으로 리튬이온전지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전방산업에서 전지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며 업체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OEM(주문자상표부착) 중심으로 자체 전지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 시도가 늘어나고 있고, 각국 정부 지원 하에 신규 전지 업체들도 OEM과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LG화학은 “고성장의 기회와 경쟁 심화의 위기가 동시에 있는 지금이 전지 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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