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100억달러, BTC 절반 수준… 플리프닝 기대감
2.0 업데이트 앞두고 가격 폭등… 한 달 만에 59%↑

최근 이더리움이 머지업데이트를 앞두고 시장에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에 달하며 비트코인의 절반 수준을 나타내자 시장에선 플리프닝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이더리움이 머지업데이트를 앞두고 시장에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에 달하며 비트코인의 절반 수준을 나타내자 시장에선 플리프닝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지키던 비트코인(BTC)의 지위가 흔들리며 차기 왕좌에 이더리움(ETH)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일 글로벌 디지털자산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이날 오후 12시27분 기준 이더리움은 개당 1576.55달러에 거래 중이며 시총은 1923억달러다. 전날에는 장중 1740.72달러까지 올라 시총이 약 212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비트코인 시총(4370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약 58.7% 올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21.1%의 상승률을 보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지배력(시장 전체 시총 대비 비중)은 지난해 1월 70%에서 최근 40% 안팎으로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이 보다 에너지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전환된다는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했다며 향후 비트코인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의 ‘플리프닝(flippening, 뒤집기)’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티 그리스펀 퀀텀 이코노믹스 최고경영자(CEO)는 “플리프닝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점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알렉스 스바네빅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난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트윗을 통해 “자금이 BTC에서 ETH로 대거 이동했다”며 “‘스마트머니(투자자들이 장세 변화를 파악해 투자하는 자금)’의 흐름을 보면 WBTC(비트코인을 이더리움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자산)에서 평소보다 큰 대규모 상환이 이뤄졌고, 반대로 ETH는 이 같은 자금 흐름의 많은 부분을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은 오는 9월 중순께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단행할 예정이다. 머지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합의 메커니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이더리움을 채굴하려면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채굴자들이 컴퓨터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했지만, PoS로 바뀌고 나면 그럴 필요 없이 각자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서만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새로운 코인을 보상받게 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 2.0 전환을 위한 전초단계인 ‘머지’의 실시가 다음 달 19일로 예고된 상태이며, 이후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이더리움 2.0을 완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그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표적인 디지털자산은 PoW 방식을 통한 채굴방식을 사용해 전력소모가 많아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며 “이더리움 2.0 업데이트에 따른 채굴방식 변경이 가시화되면 기후적 관점에서 채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배 KB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 2.0이 되면 채굴업자의 영향력이 줄고, 보다 많은 거래중개가 가능해져 대기업 및 기관의 이더리움 활용 증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이더리움은 저평가된 상태로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거래처리속도(TPS)가 빨라지고 수수료가 낮아진다면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윤영 코빗리서치 연구원은 “이더리움은 현재 저평가 구간에 들어섰다”며 “저평가 회복을 위해서는 매크로 요인, 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더리움 고유 요인 중 머지 업그레이드 이슈 또한 현 저평가 회복에 중요한 역할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더리움의 급등세가 일시적 호재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시총이 여전히 이더리움의 두 배 이상이고 PoS 전환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지속되기 어려워 플리프닝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헨리 엘더 웨이브 파이낸셜 자산운용 책임자는 “PoS 전환은 이더리움의 중요한 기술적 변화지만 99.9%의 사용자들은 몇 달 또는 몇 년 후가 될 때까지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업그레이드 이후 가격이 급등할 수는 있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PoS 전환으로 인한 이더리움 가격 상승 기대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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