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이대로는 사업 운영 못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개정안이 거절되면서 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 적지 않게 나오는 말이다. 이들은 대형 건설사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큰 타격을 입는다.

중대재해법은 기업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법이다. 2021년 제정된 뒤 2022년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는 5~49명 사업장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수많은 중소기업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 오른 것이다. 당초 중소기업을 위한 2년 유예 적용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갈등으로 법 개정이 무산됐다.

양평 고속도로와 김포시 서울 편입에 이어 또 다른 ‘정쟁의 희생양’이 나온 셈이다.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서로 ‘네탓 공방’을 이어가는 모습은 썩 보기 불편하다. 중소건설사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억울할지 가늠도 안 된다.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결국 중대재해법 유예가 무산되면서 중소건설사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유예안이 통과될 것이라 믿고 큰 대책을 세우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건자재와 인건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또 대비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한다. 다만 근로자의 근무태만이나 실수,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책임을 경영책임자가 모두 떠안는다면 누가 사업을 편히 운영할 수 있겠는가.

중소건설사 입장에서도 중대재해법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비교적 여유가 없는 만큼 준비기간을 조금만 더 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야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당 법안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아직 보완해야 하는데 여기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누가 어떤 상황에 적용되는지 아직도 애매모호하다.

그저 사업을 운영하다 작은 사고가 났는데 한 순간에 형사처벌을 받거나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게 되는 현실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중소건설사가 사라지면 업계가 흔들린다. 이들이 튼튼한 버팀목이 돼야 건설경기가 살아난다. 의견을 반영해 이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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