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승인 여부 관건, 과거 '독점 우려' 소송 진행
승인 거부 대책 필요… "즉각적 피드백 준비해야"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 불확실, 1.5조 자금 필요
마일리지·항공권 상승 등 우려↑, 노조 합의 '숙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임박했으나 아직 우려 요소가 많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임박했으나 아직 우려 요소가 많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메가캐리어’ 탄생이 임박했다. 합병 움직임에 따라 대형항공사(FSC)는 물론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항공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LCC들에게는 또 다른 도약이 발판이 마련됐다. 아직 합병을 잠당할 수는 없는 상황속에서 항공업계의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합병이 임박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합심사 마지막 국가인 미국의 승인을 받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예상밖의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물사업 주인도 찾아야하고 일부 반발도 넘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최종관문' 미국 승인 불확실, 플랜 B 마련돼야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들어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았다. 14개 국가중 13개 국가의 승인을 받아 이제 문턱을 넘어야 할 국가는 미국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승인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독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한 만큼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화물운송 독점 우려는 아시아나 매각건으로 해소됐으나 여객 노선 독점 문제가 여전히 남았다.

미주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12개와 5개를 보유한 상태다. 한미노선 여객수는 지난해 인천공항 기준 563만4402명인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제휴사 델타항공의 여객 수가 총 455만4543명으로 80.9%를 차지했다.

미국 법무부는 여객 노선 독점에 대해 꾸준히 소송으로 대응했다. 2013년 미국 ‘빅3’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US에어웨이스를 합병하려 들자 이를 막기 위해 나섰다. 아메리칸항공은 여러 노선을 정리하고 일부 지상 시설도 매각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도 미국 1위 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결합에도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해 자국 보호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 승인이 거부될 경우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약 승인을 못받았을 때 새로운 제안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합심사가 늦어지면 또 다른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미국 법무부 등의 반대 문제는 현재 나타나지 않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 당국과 순조롭게 심사가 진행 중이고 올 6월 심사 절차 마무리를 예상하는 상황이다. EU 승인을 받아낸 절차와 비슷하게 중복 노선에 국내 항공사가 진입하는 방식을 활용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와 반발 등 남은 해결과제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와 반발 등 남은 해결과제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알 수 없는 화물사업 주인, 반발 해결 '필수'

아시아나항공은 EU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했다. 예상 인수금액은 5000억~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1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도 떠안아야해 사실상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미 화물사업 인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매각 주관사인 UBS는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4곳을 적격인수 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들은 예비입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UBS는 현장 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매수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인수를 포기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인수과정에서 또 다른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규모 사업인 화물부문의 주인을 쉽게 찾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물론 LCC에게는 최고의 기회이지만 부담스러운 사업인 것도 사실이다.

합병 이후 가격이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항공사를 독점한 만큼 항공료가 그만큼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항공 운임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어서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인상을 결정할 수는 없다.

마일리지를 통합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쌓은 고객들이 자신들의 마일리지가 사라지거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2년의 마일리지 사용 기간이 주어질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을 잠식시킬 만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의 반발도 큰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전국공공운수노조 산하 단체인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대한항공과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국익이나 국민의 편의,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합병의 목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해체”라고 지적했다.

한국조종사협회는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무리한 해법으로 반쪽짜리 합병이 진행돼 운수권을 국외로 넘기는 등 국익에 반하는 합병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산업의 경쟁력과 국익을 저하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 과정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을 약속했다. 대한항공은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고용 유지, 성과 보상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최근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직원들은 합병 이후 고용유지 중심으로 질문을 쏟아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승인도 중요하나 합병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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