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인 기자
박동인 기자

[서울와이어 박동인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안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 만큼 체계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눈치만 보다가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의 불만을 사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금융당국의 이번 배상안은 총선용 표심 저격 정책이라는 비판에 힘만 실어준 꼴이 됐다.

가장 큰 논란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상안이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와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20~80%에 달하던 당시 배상에 비해 이번 기준안은 20~60%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야 사태의 본질이 다르니 다른 배상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앞선 수치와 다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힘든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가 확실하다고 못 박은 것에 비해 배상안은 상당히 애매모호 하다. 당초 투자자들의 편에서 판매사들을 단죄할 것처럼 여러번 엄포를 놨던 것을 고려하면 감독기구로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인생 황혼기에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약간의 보상으로 '민심 달래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럼 판매사들은 어떠한가. 투자자들 대부분이 재가입자인 데다 길게는 10년 이상을 투자한 사람들인데 어떻게 불완전판매냐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아울러 조 단위 과징금으로 협박하면서 배임 이슈를 덮으려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자율배상안을 실시할 경우 주주들에게 배임 이슈로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해자는 것은 당국이 아닌 판매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ELS 배상안은 다음달 총선을 의식한 '은행권 때리기'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이번 ELS 배상안이 총선의 최대 변수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과징금 제재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과도한 압박은 결국 표심 획득을 위한 정치적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사가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배상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을 볼때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준비했다"던 금융당국의 배상안에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를 단순 돈벌이로 치부했다는 세간의 인식과 재가입자인데 어떻게 불완전판매냐는 의혹 역시 해결해주지 못했다. 외려 혼란만 가중시킨 느낌이다. 

금융당국의 신속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양측이 의견 조율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남은건 지리한 법적 분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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