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근 유럽 내 친원전 정책으로 회귀하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른바 ‘친원전’ 국가들이 첫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표적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평가되는 원자력발전에 주목한다.

유럽이 원전에 꽂힌 배경은 전 세계적으로 부는 탄소중립 열풍 속 원전이 하나의 목표 달성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원전이 청정에너지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더욱 부각된 모습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원전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등 원전 확대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긍정으로 바뀌었다. 

회의에 참석한 34개국도 회의를 통해 친원전 정책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간 위험성 문제 등으로 탈원전 정책을 펼쳤던 것과 달리 원전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참석자들은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 등의 계획도 구체화하며, 원전 생태계 부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번 회의에 참석하며 원전 육성 기조에 동참했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유럽의 원전 확대 기류와는 동떨어졌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친원전 정책을 선언하면서 고사 직전에 놓였던 원전업계의 상황은 다소 나아졌으나,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여전하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 건설이 대표적이다. 방폐장 이슈를 둔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여야 갈등 속 원전 생태계 정상화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정 정부가 밝힌 원전 확대 계획엔 방폐장 건설은 필수적이다. 이르면 6년 안에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핵심 쟁점인 시설 저장 용량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속된 논쟁으로 원전 확대는커녕 현재 가동 중인 원전까지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현재 원전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과거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했던 일본조차도 방폐장 건설에 속도를 냈다. 한국도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내비쳤으나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유럽 원전 수출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국내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탈원전·친원전 중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미래 세대의 청정에너지원 마련 등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도 원전을 둔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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