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과 흔들리는 배터리 동맹, 최대이슈로 부각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화재 등 악재 잇따라
튀르키예 합작추진 무산 등 파트너십 균열 조짐

국내 배터리기업 SK온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합작해 미국에 짓고 있는 '블루오벌SK' 공장 전경. 사진=SK온 제공
국내 배터리기업 SK온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합작해 미국에 짓고 있는 '블루오벌SK' 공장 전경. 사진=SK온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국 완성차기업인 포드가 북미시장 파트너사인 SK온을 계속 저격 중이다.

굳건하던 양사의 파트너십이 삐걱대는 가운데 중국이 그 빈자리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두 회사의 관계가 급속히 냉랭해지면서 CATL은 북미시장 진출 등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 4일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 내 F-150 라이트닝 전기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생산 완료돼 출고 대기 중이던 F-150 전기트럭에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고원인 조사에 나선 포드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엠마 버그 포드 대변인은 이와 관련 “F-150 라이트닝 배터리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아냈다”며 “다음 주 말까지 조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문제는 포드가 조사가 끝나기도 전 배터리 화재의 직접적 원인을 배터리로 꼽으면서 생산중단의 책임을 SK온에 떠넘기려 한다는 점이다. 

SK온 측은 단순 일회성 이슈라고 일축하면서 “포드와 함께 진행하는 (출하 전 차량 품질 점검에서의) 스크리닝 프로세스로 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은 물론 재발 대책 방지까지 수립했다"며 "출고 차량은 지속 모니터링 중으로 유사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율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3사 중에도 배터리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선 SK온은 생산거점 확대에 공을 들이지만, 인력 확보와 수율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사의 공고한 협력관계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앞서 SK온과 포드는 2021년 5월 미국 내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은 후 ‘블루오벌SK’이란 합작사를 세워 글로벌 전기차시장 공략에 힘을 모았다, 

하지만 약 1년9개월 만에 양사가 함께하기로 했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이 전면 무산됐으며, F-150 라이트닝 생산중단 등이란 악재가 연달아 나왔다. 일각에서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는 SK온의 생산 수율이 포드의 신뢰를 저하시킬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분위기상 이들에 균열이 확실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포드는 이례적으로 지난 13일 자료 배포를 통해 꾸준히 SK온과 쌓아온 신뢰 관계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과는 다르게 이 회사는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놓인 CATL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포드는 CATL에게 손을 내밀었고,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시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선 당장 중국 정부에서 양사 합작에 대해서 핵심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제동을 걸긴 했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CATL 입장에선 그동안 열망하던 미국 시장진출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경우 SK온의 입지도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실제 포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꾸준히 높이는 등 이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CATL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로 고객사에 배터리 적기 공급이 중요하지만, 수율 문제로 고심하는 SK온의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회사가 계획했던 미국과 유럽 등 현지 생산거점 구축을 통한 점유율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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