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제유가·정제마진 강세… 사상 '최대실적' 행진
역대급 실적에도 '눈치'…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확대
'탈 정유' 가속, 미래 신사업 투자·중장기 전략 구체화

지난해 고유가 흐름에 역대 최대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올해 탈정유를 목표로 삼는 등 미래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고유가 흐름에 역대 최대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올해 탈정유를 목표로 삼는 등 미래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정유기업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마련한 재원을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외환경 불안정성, 변동성 높은 국제유가 시황 등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구조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은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강세 등 우호적인 환경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9.6% 증가한 3조99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HD그룹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실제 이 회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조9550억원, 2조7898원으로 집계됐다.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그룹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지난 4분기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국제유가 강세 속 연간 매출 42조4460억원, 영업이익 3조4081원 등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다음주 초 실적발표를 앞둔 GS칼텍스 역시 비슷한 실적이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 내부적으로는 고심도 커졌다. 최근 고물가 등에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횡재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등을 위한 관련 업계 기부 행진이 이어졌다. GS칼텍스는 저소득 가정의 난방비 및 에너지 효율화 지원을 위해 총 100억원의 후원금을 한국에너지재단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동절기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홀몸 어르신, 장애인, 소년소녀 가정 등 취약계층 지원에 성금을 쾌척했다. 정유 4사는 앞으로도 사회 전반에 고통을 분담하고 기업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구상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단순 일회성에 그치는 활동이 아닌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과 에너지 절약 및 효율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은 올해 탈석유화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할 방침이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강세는 지속되는 모습이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각사별로 중점 추진 중인 신사업 부문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탈정유’를 목표로 했다. 회사들이 계획한 목표점에 따라 전체 매출 중 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석유화학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한 샤힌프로젝트 최종 투자를 결정했으며, 현재 본격적인 설계·시공·조달(EPC)작업에 착수했다.

에쓰오일 측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미래 지속성장과 국내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해 추진 중인 9조원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와 주주들에 대한 배당 및 재무건전성 강화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떠오른 친환경 트렌드도 정유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다가왔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등 신사업 부문에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배터리와 소재사업의 외연 확대를 염둔에 둔 포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정유업계는 유가 폭락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들쭉날쭉한 석유 시황으로 마냥 정유업에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호실적이 이어진 지금이 미래성장에 속도를 낼 시점으로 신사업 중에서도 친환경 분야에 투자 등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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