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안정화 조치, 고유가 속 영향 제한적
중국 봉쇄해제 등 원유 수요 대비 공급부족 지속
추가대책 고심 중인 정부, 유가환급금 지급 고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 당 2069.74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 당 2069.74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석유 수급난 영향으로 급등세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등 가격 안정화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상승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 당 2069.74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경유 역시 ℓ당 2069.32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현재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한 국제유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휘발유와 경유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최소 2주 정도 제품 가격이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봉쇄조치 해제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급 제한에 따라 공급량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라며 “글로벌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으로 국내 유가도 당분간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유가 안정화 대응책이 소진됐다는 점이다. 유류세 일부에 적용되는 탄력세율 대신 법정 기본세율 적용 카드를 꺼냈음에도 국제유가 오름세로 효과는 제한적이다.

유가환급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가환급금은 유가 급등으로 국민이 추가 부담한 교통비와 유류비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에서 2008년 당시 1280만명에게 1인당 연간 최대 24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유가환급금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 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국제유가 안정화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으로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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