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조 플러스 알파' 규모 금융 지원책
자영업자 빚 90%탕감, 청년층 이자 경감
대책 구조상 은행이 부실 책임 떠안아

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정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연 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신용자, 청년층 등 취약차주를 위한 '125조 플러스 알파' 규모의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과 청년 등 금융 취약계층의 채무 90% 탕감과 이자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놓은 직후, 빚을 성실히 갚아온 차주를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은행에 부실 책임을 떠넘기고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거세지면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빚 탕감에 청년층 이자 경감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가 9월 종료된 후 은행도 새출발기금과 같은 수준의 채무 조정을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연 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신용자, 청년층 등 취약차주를 위한 '125조 플러스 알파' 규모의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은 청년층의 신속한 회생·재기를 위해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만 34세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30~50% 감면해주고, 원금 상환유예 기간(최대 3년) 중 이자율은 연 3.25%(일반 프로그램 최대 연 15%)만 적용된다. 

폐업·부도 등으로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채무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매입한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이 되면 거치 기간은 최대 1~3년이고, 최장 20년까지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다. 연체 90일 이상의 장기 연체자의 경우 재산의 청산가치만큼 채무를 상환한 후 남은 원금에 한해서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해준다.

다만 새출발기금의 재원은 30조원으로 한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 중 정책 지원 대상인 660조원(부동산 임대업 제외) 중 500조원 안팎만 정상거래 채무로 분류했다. 결국 나머지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과 새출발기금이 부실을 흡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9월 말로 만료하지만, 10월 이후에도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통해 자율적으로 90~95%는 급격한 대출회수 없이 원만하게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금융권 자체적으로 금리 인하와 대출금 감면 등 가계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2019년 말 30만3000명에서 올해 3월 말 37만4000명으로 23.4% 늘어났다. 사진=서울와이어DB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2019년 말 30만3000명에서 올해 3월 말 37만4000명으로 23.4% 늘어났다. 사진=서울와이어DB

◆부실책임은 은행이, 성실차주는 역차별 

이를 두고 시민들과 금융권의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은행에 부실 책임을 떠넘기고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취약층을 위한 금융지원 상품 출시도 정부에서 따로 보전해주는 부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추가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청년층은 코로나19 기간 중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빌린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등 대출 부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2019년 말 30만3000명에서 올해 3월 말 37만4000명으로 23.4% 늘어났다.

특히 청년층 채무조정 대책은 국민들의 불만을 가장 크게 키우고 있다. '빚투'로 본 손실까지 정부 예산으로 갚아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열심히 빚을 갚아 온 성실 상환자들에게 박탈감을 심어주면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질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정책 발표 직후 여기저기서 불만이 새어나오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들이 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나친 채무 감면이나 일률적 금융지원 재연장 등의 대책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물론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한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은행의 희생을 강요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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