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장예비심사신청서 제출
8조원 기업가치·성장성 입증해야
국내 증시 상황 악화, 자본확충 필요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진=케이뱅크 제공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 가운데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의 항해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출범했지만 정작 IPO(상장)는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에 1호 자리를 내줬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서 행장은 그동안 오히려 내실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최근 주식시장의 부진에도 케이뱅크가 IPO에 닻을 올린 것은 실적 성장을 견인해 온 서 행장의 충만한 자신감 덕분으로 보인다.

◆몸값 8조원 증명과 성장성 입증 과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오는 9~10월 승인이 이뤄지면, 청약 절차를 거쳐 이르면 11월쯤 코스피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케이뱅크의 몸값은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 서 행장의 과제는 이와 같은 케이뱅크의 가치와 성장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서 행장은 은행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지난해 3월 케이뱅크 행장에 올랐다. 은행 근무 경력은 없지만 신용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 산업 전반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현대카드와 한국타이어 등에서 전략과 마케팅 분야를 총괄한 금융 전문가다. 

서 행장의 임기는 2023년 12월 31일까지로, 현재 임기가 절반 정도 지났다. 케이뱅크의 상장과 흥행 여부가 사실상 서 행장의 연임을 결정할 중요 요소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서 행장은 상장 준비 기간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서 행장은 그간 IPO를 위해 조용히 내실을 다져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1조2500억원의 자본확충에 성공했으며, 납입 자본금은 약 2조1515억원에 달한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2분기에는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전체로도 첫 연간 흑자 달성(225억원)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 245억원을 달성하며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이익 규모를 넘어섰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고객 확보도 성공적이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2020년 말 219만명에서 올해 6월 말 783명으로 늘었다. 2020년 중순 국내 점유율 1위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을 독점 제휴하며 고객 확보 효과를 본 것이 주효했다.

여수신 포트폴리오 확장도 이뤄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100% 비대면 전세 및 청년전세 대출을 출시했고, 대출 잔액은 월 평균 1000억원씩 늘어 올해 3월 6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5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케이뱅크의 여신(대출) 실적은 지난해 말 7조9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조7300억원으로 늘었다. 

인터넷은행이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을 만큼 중요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16.6%에서 5월 말에는 22.7%까지 높아졌다. 수신(예·적금) 실적 또한 지난해 말 11조32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2조1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1조2500억원의 자본확충에 성공했으며, 납입 자본금은 약 2조1515억원에 달한다.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1조2500억원의 자본확충에 성공했으며, 납입 자본금은 약 2조1515억원에 달한다.  사진=케이뱅크 제공

◆증시는 바닥, 업비트 등 위험요소 살펴야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증시만 좋다면 8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 증시 상황은 6월 말부터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IPO 시장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유망 기업으로 불리던 회사도 최근 투자 환경에서 상장 철회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따상'으로 증시에 입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도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상장 흥행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최근 3만원 안팎을 맴도는 등 맥을 못추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6일 6만98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이후 9만2000원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추락하며 이날 3만6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초기 투자자인 우정사업본부·넷마블과 의무보유확약을 맺지 않았고, 두 주주사는 상장 후 1개월 새 지분을 팔았다. 의무보유확약이란 주주들이 IPO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뜻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가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투자자와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높여 상장 후 주가 폭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확충도 시급하다. 케이뱅크는 설립 초창기 자본확충 문제로 대출을 늘리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는 2020년 유상증자를 하며 신규 투자자들에게 약 4000억원 규모의 동반매각청구권-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 이내 상장을 통한 출구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케이뱅크의 '신의 한 수'이자 위험 요소로도 분류되는 업비트와의 계좌 연동 서비스도 잘 살펴야 한다. 케이뱅크는 현재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독점으로 고객 확보 등 많은 혜택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급등락 시 일시 멈춤 등 IT 사고, 보안 등에도 늘 노출돼 왔다. 또 업비트와의 계약 유지 여부도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늘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양한 위험 요소와 어두운 증시 분위기 속에서 서 행장의 항해술이 케이뱅크를 안전하게 IPO로 데려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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