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미래 먹거리 '배터리사업' 기획·육성 주도한 전략통
고객 수요대응 전략…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 본격화
경기 침체 속 "투자 예정대로 추진" 공격적 행보 예고

최재원 SK온 각재대표 수석부회장이 대외환경 불안에도 공격적인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한 적자 탈출에 사활을 걸었다. 사진=SK온 제공 
최재원 SK온 각재대표 수석부회장이 대외환경 불안에도 공격적인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한 적자 탈출에 사활을 걸었다. 사진=SK온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2021년,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배터리 넘버원'을 향해 진격중인 최재원 SK온 각자대표 수석부회장의 당면 목표는 적자 탈출이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3 현장을 찾아 경영 복귀 후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흑자전환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도 북미를 중심으로 합작사 건설 등을 가속해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고객사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SK온은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지속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누적 배터리사용량 기준 점유율 순위는 세계 5위에 올랐다. 최 수석부회장은 올해 대내외 경영환경이 안갯속이지만 흔들림 없이 기존 계획했던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과거 재무·경영 감각 뽐내… 배터리 사업 성장 주도

배터리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최 수석부회장은 1963년생이다. SK그룹 오너일가로 부친은 고 최종현 SK 창업주이고, 형은 현재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오랜 기간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룹에는 1994년 합류했고, SKC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기획부장을 거쳐 1996년부터는 해외사업을 담당했다. 글로벌 전문가와 함께 전략기획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E&S의 전신인 SK엔론 지분 매각 과정을 주도해 글로벌 도약에 기여했다.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계통신 인수에 참여한 최 수석부회장은 경영 감각을 유감없이 뽐냈다. 당시 신세기통신 최대 주주는 27.6%의 지분을 보유한 포항제철(현 포스코)로 SK가 신세계 통신을 매입하기 위해선 무려 1조7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포항제철에 신세기통신 주식과 SK텔레콤 주식을 맞교환하는 주식 스와핑 방식을 제안했고, 이에 SK는 자금 부담을 덜며 인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경영과 재무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평소 배터리 외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AI)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K이노베이션에서는 초기 배터리사업 기획을 맡아 지금의 성장을 이끌었다.

국내외에서 배터리 관련 대외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2010년 SK에너지가 선보인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 ‘블루온’ 시승 행사에서는 직접 운전하는 등 배터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배터리사업 주도뿐 아니라 SK그룹 미래사업 발굴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앞장섰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단골손님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경영일선에서 SK그룹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총책임자로 활약한 그는 횡령 혐의에 따른 수감생활로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 수감생활 중 배터리사업팀장에게 직접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석유를 대체할 유망사업”이라고 쓴 편지는 아직도 회자된다.

2016년 가석방으로 출소한 그는 취업 제한 등으로 경영 참여가 어려운 가운데 물밑으로 배터리사업 육성을 지원했다. 2017년부터는 SK그룹 ‘최고경영자 세미나’, ‘확대경영회의’ 등 그룹 경영 현안과 관련된 자리에도 꾸준히 참석했다.

최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포드와 합작사 '블로오벌SK' 켄터키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최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포드와 합작사 '블로오벌SK' 켄터키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SK온 조기 ‘흑자전환’ 달성 약속, 생산량 확대 가속

재계에선 오너일가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했다. 마침내 그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이자 2021년 독립 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전기차 배터리 전문기업 SK온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회사는 “그룹 대주주인 최 수석부회장의 책임경영을 통해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사업을 SK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톱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실린 인사”라고 밝혔다.

최 수석부회장 지휘 아래 SK온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공장 설립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2021년 영업손실은 68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4265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SK온의 흑자가 내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2030년 배터리시장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매출(41.3%)의 경우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누적 배터리 수주잔고만 220조원에 달한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9위에서 올해 5위로 뛰었다. 후발주자 치고는 가파른 성장세다. 

최 수석부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지난 5일부터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 참가해 18분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SF배터리’ 등 그간 축적한 기술력 홍보에도 나섰다. 

그는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올해 투자 계획과 관련 “공표한 숫자 그대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강공을 선언했다. 아울러 경기침체 등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조속한 시일 내 흑자전환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보유한 수주잔고는 기업의 성장 지표로 해석된다. 성장을 거듭 중인 미국 전기차시장과 중국에서 추진하는 공장 신설도 생산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은 최 수석부회장이 밝힌 흑자전환 약속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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