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시공사 시절 GTX·광교·다산신도시 성공적으로 추진
실적개선 능력 입증… 구조조정 통해 GH 매출반등 이끌어
윤석열 대통령캠프에서 부동산 공약 설계 맡아 핵심 역할
'신뢰회복' 숙제… "좋은정책으로 국민들께 보답해야 한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등 돌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시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등 돌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시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도시전문가’로 공공과 민간, 학계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신도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택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약하며 정책부문에서 높은 이해도를 보유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독불장군’으로 불릴 정도로 고집이 센 성격이다. 그만큼 확고한 입장과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각종 논란으로 등을 돌린 국민들의 신뢰를 어떤식으로 회복할지, 침체기에 빠진 주택시장을 어떻게 안정화시킬지 기대를 키우는 분위기다.

◆경기도시공사 사장 출신, 정부 핵심 인물로

이 사장은 1951년생으로 한양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첫 경력을 시작해 부원장,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하며 경영능력을 키웠다.

2008~2011년에는 경기도시공사(GH) 사장을 지내며 훌륭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는 경기도 수원시 구시가지의 도시 기능을 재배치하고 첨단지식 기반 산업 위주의 자족형 복합기능을 만드는 광교신도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남양주에 위치한 다산신도시사업도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동탄면 방교리, 산척리, 송리, 장지리 일원에 2397만2000㎡ 부지에 지식산업, 비지니스. 레저문화, 복지, 주거 등이 복합된 동탄2신도시사업도 주도했다. 이 외에도 파주 액정표시장치(LCD)산업단지, 안성원곡물류단지 등 산업단지 건설, 안양 만안과 고양 능곡 등 뉴타운 개발 등을 추진했다.

아울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사업을 최초로 제안했다. 이 사장은 경기도시공사 사장 시절 경기도에 GTX 3개 노선 동시 착공을 진행했다. 3개 노선은 킨텍스와 동탄을 연결하는 A노선, 인천 송도~청량리를 거치는 B노선, 의정부와 금정을 연결하는 C노선이다. 현재 GTX는 핵심사업으로 떠오른 만큼 이 사장의 선견지명이 통한 셈이다.

경기도시공사의 실적도 개선시켰다. 이 사장은 경기도시공사 사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기에 빠진 만큼 그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할 시기였다. 이에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구조조정에 나섰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결국 경기도시공사는 2009년 매출 1조3537억원, 순이익 7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7%, 442% 늘어난 수치다. 매출이 1조원이 돌파한 것은 1997년 경기도시공사가 설립된 이후 최초다. 채무블이행 위기에 빠졌던 도시공사는 이 사장 임기 3년 사이에 자본금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삼성전자 유치, 판교 테크노벨리사업 정상화 등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AAA로 격상시켰다.

다방면에서 능력을 키운 이 사장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캠프에서 부동산 공약 설계를 맡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 주택공급 혁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주택 공급 대책과 현 정부가 고심하는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 등에 기여했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김현준 전 LH 사장의 자리를 맡아 3개월 공석이던 사장으로 선임됐다.

LH 관계자는 “이 사장은 40년간 공공과 민간, 학계에서 전문경영인과 학자로 활약한 도시·주택 및 교통 전문가로 평가된다”며 “정부의 270만호 주택공급 정책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LH의 혁신을 완수하고 미래 주거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LH의 비전을 제시하는 적임자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한준 LH 사장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LH 제공
이한준 LH 사장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LH 제공

◆'신뢰 회복' 최우선… "과오 바로 잡을 것"

이 사장의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신뢰 회복’이다. LH는 이미 국민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믿음을 잃었다. 2021년 3월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져 LH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LH 직원 강 모씨와 장 모씨는 인천지역본부에서 근무하며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시흥시 과림동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 매입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당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장 투명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라는 믿지못할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또 다른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지난해 6월에는 정부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조사한 결과 LH 직원들과 친척·지인 등 수십명이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이 적발됐다.

이에 LH는 투기근절을 위해 전직원이 매년 공직자윤리시스템에 재산 등록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고 실제 사용하는 부동산 외에는 신규 취득을 제한했다. 지난해 1월에는 1급 부서장 80%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방안을 발표하는 등 신뢰회복에 힘썼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고 지난해 7월 소속 간부들이 제주도 현장 견학에서 별도 허가 없이 골프를 쳤다는 주장에 제기됐다. 결국 LH 인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해당 논란의 중심인 실장(1급) 1명, 국장(2급) 2명에 대해 품위손상 등의 이유로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LH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김현준 전 LH 사장은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대형 공공기관장 가운데 처음으로 사의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1년8개월 임기가 남은 김 전 사장이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리에서 일찍 물러난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LH에 대한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사장의 끝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 어깨가 무겁지만 투명하고 청렴한 공기업으로 다시 탈바꿈시킨다면 그의 업적 중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70만호 주택공급 목표 달성 등 LH 역할의 성공적 수행과 재무건전성 제고,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 신뢰회복 등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아울러 1기신도시 재정비, 3기신도시 건설·관리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미래 인구·사회 변화에 대비한 도시·교통·주택공급 정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일부 직원의 일탈로 국민신뢰를 저버려 대다수 임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며 “LH 임직원들이 그간의 과오를 바로잡고 국민을 위해 다시 힘껏 봉사할 수 있도록 LH에 대해 다시 한 번 애정과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개선할 부분은 과감하게 혁신해 보다 좋은 정책으로 국민들께 보답해야 한다”며 “LH의 주인이자 고객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윗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신의 노력을 낮춰 이르는 말)의 자세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