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주총 시즌 전 지분매입 경쟁 활활
양측 보유지분 약 4%포인트 수준 좁혀져
관건은 국민연금… 올해 주총 ‘키 포인트’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공.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공. 사진=고려아연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다음 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고려아연 최씨와 영풍그룹 장씨 두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이사회도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 주총에선 두 일가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의 승기를 어느 가문이 잡느냐에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번 주총에 따라 치열하게 전개 중인 지분 경쟁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인 영풍그룹은 사실상 한 기업을 두 가족이 함께 운영해왔다. 2대까지 잡음 없이 공동 경영체제를 유지했지만, 3대 들어와 이들은 균열 조짐을 보였다. 

신사업 추진 등에 서로 간의 의견차를 보이면서다. 이에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지배권 확보를 위한 두 집안의 지분 싸움이 본격화됐으며, 우호 지분 매집 등에 나서는 등 70년 넘게 이어온 두 일가의 동업 관계는 막이 내리는 모양새다. 

고려아연과 영풍그룹이 주총 날짜를 달리 잡은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이미 선공은 고려아연 측에서 던졌고, 중간배당 카드로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당기고 있다.

등기이사 6명의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회사는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6명의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영풍 측에서 새로운 이사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경영권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 입장에선 표심 확보가 절실하다. 

방어에 성공한다면 고려아연의 분리를 추진 중인 최윤범 회장에 계획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영풍에서도 해당 회사가 핵심 계열사로 여기는 등 쉽사리 분리를 허락해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기준 고려아연이 보고한 최대주주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영풍과 장형진 회장 등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총 32.38%다. 최씨 일가 지분은 15.06%로 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한화와 LG화학 등이 백기사로 나설 전망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최씨 일가 보유량은 약 27%로 뛴다. 고려아연은 이 가운데 주주환원정책의 일한으로 중간배당을 내세웠다. 회사는 이를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카드로 본 셈이다. 

재계에선 국민연금공단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주총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봤다. 양측의 지분 격차는 4%포인트 수준이다. 두 일가 모두 확실한 우세를 자신하긴 어렵지만, 국민연금을 등에 업을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 공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8.75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다가오는 기업들 주총 관련 더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예고했다. 소액주주들의 표심까지 흔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고려아연은 국민연금이 장씨 일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4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놓치면 지배권 사수 목적과 앞으로의 계열 분리 등도 실패할 수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고려아연이 들고나온 중간 배당 정책을 긍적적으로 보면서, 이는 실제 주가상승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재계에서도 최씨 일가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는 최윤범 회장의 미래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실적 면에서도 상승가도를 달려왔다”며 “지속적인 주주친환정책이 주주들에게 호평을 받는 등 주총의 승기가 최씨 일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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