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제외 총 33명 후보자, 대표 경선 안갯 속으로
경영진 리스크, 정치권 입김… 외부 인사에 무게 쏠려
현정부와 인연 윤진식 전 산업장관 유력 후보 급부상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을 결국 포기했다. 사내 경선에서 사퇴하기로 하면서다. 내외부 인사들이 차기 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유력후보에 이름도 업계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을 결국 포기했다. 사내 경선에서 사퇴하기로 하면서다. 내외부 인사들이 차기 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유력후보에 이름도 업계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2020년부터 KT를 이끌어왔던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끝내 무산됐다.

정부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 압박에 부담을 느낀 모양새로 구 대표는 대표 경선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KT 대표를 노리는 인물만 무려 30명 이상으로 경선은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 대표이사 사장직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군 명단이 최종 확정된 가운데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그는 지난 23일 이사회에 경선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도 구 대표 의사를 존중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구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앞서 이사회에 연임 적격성 판정을 받은 구 대표는 정부와 국민연금 등에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국민연금은 최대주주로서 주가 부양을 이유로 과거 그의 오점을 지적하는 등 저격수로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밝힌 ‘스튜어드십’이 국민연금에 목소리를 키웠다.

스튜어드십이란 집사(steward)처럼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 결정에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행동 지침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확실한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해 주인 없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 KT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 도전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가 낙마하면서 남은 후보는 33명이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KT 수장에 오른 뒤 신사업 외연 확대 등으로 이동통신사업자로 고정된 이미지를 벗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아쉬움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외풍에 굴복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엔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여당 성향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78), 김성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자문위원(70) 등이 대표적이다. 

행정고시 12기 윤 전 장관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으로 활동했고, 이에 앞서 이명박 정부 첫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가 유력 후보로 분류된 것은 정치권에 지속적인 입김 때문으로 보인다. 

KT 구성원들과 노조에선 이와 관련해 통신사업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새 대표이사로 낙점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실제 노조는 성명을 통해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고백한 이사회가 정치권 낙하산을 거부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회사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지원자들에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외부 인사가 새 대표직에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사내 인사 중 사장급은 윤경림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 강국현 Customer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등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KT 출범 후 첫 내부 출신 대표라는 상징을 갖는 인물이 여권 등에 압박 속 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사내 인사보단 사외 인사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 리스크도 구 대표 사퇴 배경으로 지목되는 등 자연스럽게 외부 인사가 KT 혁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 차기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거센 만큼 여전히 경선 구도는 안갯속이다. 한편 KT지배구조위원회는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꾸렸다. 

자문단은 총 33명의 대표 지원자를 평가하고, 압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KT는 이후 다음 달 7일까지 차기 대표이사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사회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심사해 KT의 지속성장을 이끌 적임자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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