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최장수 CEO', 회사 위기 극복·성장 주도
'자이' 브랜드 경쟁력 강화, 신사업까지 공략중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큰 타격… 신뢰도 급하락
재시공 타격 불가피… 입주 지연 보상금 부담↑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GS건설 제공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GS건설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이례적으로 4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건설업계 현직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회사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사 브랜드 자이를 앞세워 경쟁력을 높였고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임 부회장에게 임기 내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사고 이후 임 부회장의 ‘책임론’이 확산됐고 비난이 쏟아졌다. 과연 그가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키고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이 신화 이끈 '최장수 구원투수'

임 부회장은  LG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입사하며 재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LG회장실 상임변호사와 LG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친 뒤 2004년 GS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으로 지내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 분위기를 파악했다.

2012년 GS건설 경영지원총괄(CFO) 역할을 맡아 건설업계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았다. 능력을 빠르게 인정받은 임 부회장은 회사 내부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2013년 GS건설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GS건설을 전례없는 위기에서 구해냈다. 취임 당시인 2013년 GS건설은 무리한 해외 건설수주와 성과부실로 1조원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임 부회장은 과감하게 재무구조 개선부터 시작했고 해외수주 대신 수익성 중심의 국내 주택사업을 선택했다.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를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임 부회장은 1년 뒤인 2014년 510억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실적은 빠르게 회복됐다. 2021년에는 매출 9조370억원, 영업이익 6460억원, 신규 수주 13조3300억원 등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다.

임 부회장은 2016년에 이어 2019년에도 임기를 이어갔고 지난해 2월 연임이 확정되면서 2025년까지 GS건설을 이끌게 됐다. 12년 장기집권에 성공하면서 건설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업계에서도 그의 능력과 커리어를 인정하며 연임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신사업에도 큰 관심을 가지며 미래 먹거리 공략에 나섰다. GS건설은 지난해 부산시가 추진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2026년 부산시 UAM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증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올 4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검단신도시 신축단지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사진=픽사베이
올 4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검단신도시 신축단지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사진=픽사베이

◆'총체적부실' 결론, 신뢰 바닥까지 추락

하지만 GS건설 성공신화 중심에 섰던 구원투수가 그라운드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큰 역경 없이 순탄하게 임 부회장에게 '대위기'가 찾아왔다.

올 4월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주차장 2개 층 천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내부 마감까지 마친 지붕 구조물 970㎡가 무너졌다. 지붕에는 보 없이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가 사용됐는데 지난해 1월 공사 중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단지에 사용된 공법이다.

해당 단지는 올 12월 입주가 예정된 건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함을 호소하는 한편 분노까지 표출했다. 최근 부실시공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입주 일정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국민들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 국토교통부가 올 5월부터 지난 1일까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실시한 결과 하중 등을 고려한 구조검토 없이 작성한 부실 설계가 드러났고 이마저도 따르지 않고 보강철근을 누락하고 시공한 건설사의 잘못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판 형태의 구조물) 인근의 설계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 설계 상 모든 기둥(32개소)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했으나 기둥 15개소가 전단보강근(철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됐다.

만약 모든 기둥에 철근이 세워져 있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는 콘크리트의 강도도 기준보다 낮아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지하주차장 위에는 조경 등으로 나무가 심어질 예정이었던 놀이터도 계획됐으나 기둥의 절반에 철근없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도록 설계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해당 사고 설계도면을 보면 설계자는 지하주차장 일부 기둥과 보에 대해 구조계산서 내용과 다르게 실시설계도면을 작성했다”며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 등도 시공 전 설계도서 검토를 미흡하게 한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떨어진 수요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이태구 기자
GS건설은 떨어진 수요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이태구 기자

◆전면 재시공 타격 불가피, "입지도 불안"

GS건설의 책임이 크다는 결론이 나오자 회사는 즉시 잘못을 인정했다. GS건설은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조위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입주예정자들께서 느끼신 불안감과 입주 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와 애로, 기타 피해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보상과 상응하는 비금전적 지원까지 전향적으로 해 드릴 계획”이라며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기타 실수를 저지른 점도 깊이 반성하고 역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GS건설을 향한 비난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올 수 없었던 것 아니냐”며 “아파트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들도 GS건설의 부실시공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하자이’, ‘순살자이’ 등 조리돌림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산진구 시민공원 인근 재정비촉진지구에서는 조합과 공사비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했다.

결국 임 부회장은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 회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이후 업계 두 번째 재시공 결정이다.

사고 단지는 1666채 규모로 현 공정은 67% 정도다. 재시공하면 입주까지 최소 5~6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입주예정자들도 1인당 최대 8400만원 규모의 보상금을 받을 전망이다. 한 달에 15억8000만원 수준으로 6년 지연시 총 1140억원을 보상해야 한다.

임 부회장의 고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재시공 추정 비용만 1조원이 넘는데 한 해 영업이익에 달하는 액수다. 시공능력평가 5위에 위치한 GS건설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셈이다. 170여 곳의 공사현장도 사고 이후 안전진단과 감리를 다시 받아야 할 판이다.

지난달에는 국세청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GS건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처럼 쏟아지는 악재로 임 부회장의 자리가 불안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시공 부담에 따른 손실과 바닥까지 추락한 이미지 등 이례적인 위기에 빠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시선이 확산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임 부회장이 발빠른 대응과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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