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올 5월부터 11만3000원으로 인상
정부, 대체 수입국 활용해 수입 비중 늘릴 계획
철근콘크리트 연합회, 현대건설 공사중단 예고
일부 건설현장 '셧다운 위기'…"합의점 찾아야"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졌다.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건설현장에서는 셧다운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 상상 그 이상의 원자재 가격 폭등
1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유연탄 가격은 톤당 280.95 달러다. 지난해 초(80달러)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다. 이는 유연탄 주요 공급처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고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유연탄 비용이 증가하면서 시멘트 가격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유연탄은 시멘트 원가에서 30~40%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지난해 7월 톤당 7만8800원에 불과했던 시멘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올 5월부터는 11만3000원으로 43.4% 인상될 예정이다.

철근값도 상승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철근 가격은 톤당 100만원 수준이다. 골조공사에 사용되는 고장력철근은 올 1월 톤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 대비 30% 급등한 것이다. 골재가격도 올 1월 대비 10% 오르면서 ㎥당 1만5000원 정도로 책정됐다.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전부 오르면서 건설업계의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시멘트 재고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재고량은 65만톤이다. 이 중 장기보관으로 시멘트가 굳어 판매할 수 없는 재고 30만톤을 제외하면 재고량은 사실상 35만톤밖에 남지 않았다.

업계와 정부는 힘을 합쳐 시멘트 재고 확보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국토교통부, 시멘트업계, 시멘트협회와 ‘시멘트 수급안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러시아 이외 대체 수입국인 호주 등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연료전환을 통해 유연탄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시멘트업계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 2분기에 1분기(1055만톤) 대비 377만톤(35.7%)을 추가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시멘트 생산설비인 킬른 10기를 추가로 가동해 지난달(22기)보다 10기 추가한 32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월평균 38만톤 규모 수출물량도 내수로 전환해 국내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응 방안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일일 시멘트 수급 현황 점검과 주간 업계 간담회 등 상세한 모니터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업계와 건설업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부 공사현상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픽사베이
원자재 업계와 건설업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부 공사현상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현장 '올스톱' 위기

하지만 현재 위기를 넘기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할 당시부터 시작된 우려는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업계와 건설사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1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 주 초 현대건설의 전 현장에서 무기한 공사 중단을 하기로 결의했다”며 “나머지 시공사에 대한 단체 행동은 현대건설과의 협상 결과를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건설현장은 50여곳에 달한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달 21일 100대 건설사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계약금액 20% 인상 요구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달 건설현장 30곳에서 파업을 실시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수도권 연합회 회원 86개사가 총 348개 현장에 계약 단가 증액을 요구했으나 163개 현장이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철콘연합회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계약 금액 인상에 가장 불성실한 태도로 나와 전국적 셧다운 대상이 된 것”이라며 “하루 만에 끝난 1차 셧다운과 달리 이번에는 협상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셧다운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합회의 셧다운 예고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높고 업계도 흔쾌히 계약금액을 인상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양측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건설현장 곳곳의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말그대로 비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늘었다”며 “정부의 대책이 빠른 시일 내 적용됐으면 좋겠다. 일부 현장에서는 사업계획 자체를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원자재 업계의 요구도 이해된다. 하지만 건설업계도 정해진 사업비용 내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수급불안이 지속되고 자재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다. 모두가 힘든 분위기에서 조금씩 양보해 상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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