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은 세종 공공주택 사업 활용해 급성장
'3불(不)원칙' 경영철학으로 철저한 자금운영
대우건설 인수로 세계적 일류기업 도약 계획

어린 나이부터 건설업에 뛰어든 정창선 회장은 중흥그룹을 업계 4위로 성장시켰다. 사진=중흥그룹 제공
어린 나이부터 건설업에 뛰어든 정창선 회장은 중흥그룹을 업계 4위로 성장시켰다. 사진=중흥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청년목수로 시작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꿈이 세계로 뻗어나간다. 어린 나이에 건설업계에 발을 들인 정 회장은 재계 20위권에 진입하는 등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흥그룹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4위'까지 키운 자수성가 아이콘

1942년생(만 80세)인 정 회장은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5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9살에 목수로 건설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업계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등 현장에서 친분을 쌓았다.

그는 인맥을 넓혀가며 1983년 중흥그룹의 모태인 금남주택을 세웠다. 1989년 6월14일 현재의 중흥건설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3년에는 중흥종합건설과 세흥건설을 설립하며 호남지역 기반을 잡고 탄탄한 중견건설사로 발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서 수도권 신도시 등 영역을 확장하며 2001년 7월 중흥건설산업에서 주택건설업을 분할했다. 현재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30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리는 인물로 성장했다. 아울러 2018년 3월부터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임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3불(不) 원칙’ 경영철학이 지금의 중흥그룹을 키운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3년간의 자금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불 원칙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는다’, ‘보증은 되도록 서지 않는다’,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 등이다.

그의 철저한 자금운영은 중흥그룹의 내실관리와 사세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내실경영의 핵심은 철저한 자금관리다. 주먹구구식으로 해서 무너진 기업을 많이 봤다”며 “우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자금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금계획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전라남도 순천 금당지구에 ‘중흥S-클래스’ 분양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중흥그룹을 지방 중소건설사에서 전국적 기업으로 만든 계기는 2011년 진행된 세종시 공공주택사업이다.

당시 대형건설사들은 해당 부지의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고 토지를 포기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전체 주택용지의 3분의 1을 매입했고 엄청난 아파트 분양수익을 남겼다. 그의 선견지명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에 정 회장은 2010년 100위권 밖 중소건설사로 분류된 중흥그룹을 2011년 100위권 내(94위)로 진입시켰다.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종시에 단일 브랜드 최대 규모인 12개단지, 1만3000가구 규모 아파트를 공급했고 모든 물량을 분양했다.

정 회장의 능력으로 중흥그룹은 2012년 77위로 전년보다 17단계 상승했다. 2013년에는 63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주택공급실적 전국 3위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52위, 2015년 39위, 2016년 33위로 상승하는 등 건설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2019년에 20위권 내로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17위로 우뚝 올라섰다.

정창선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나선다. 사진=중흥그룹 제공
정창선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나선다. 사진=중흥그룹 제공

◆오랜 숙원 풀고 초일류 건설그룹으로

청년목수부터 시작한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60년간 건설을 필생의 업으로 삼은 정 회장은 이제 글로벌기업 총수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는 중흥보다 규모가 큰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며 오랜 숙원이었던 해외 수주 경쟁력을 키울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20년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순위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을 지방에서 전국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해외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결국 그의 포부는 현실화됐다. 지난해 7월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올 2월28일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며 대우건설의 새로운 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8개월 만에 인수작업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승자의 저주’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기우에 그쳤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는 올 2월 2차 협상에서 인수조건 최종합의를 완료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내부임원 출신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5년간 구조조정 없는 고용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우건설에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에게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통한 독립·책임경영 ▲안전품질본부 기능 강화·전사 역량 결집 ▲전략기획본부 미래성장 기반 구축 등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해외경력 능력이 뛰어난 대우건설을 활용해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최근 대우건설을 통해 미국 텍사스주 캐털린시와 48만6000㎡ 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기업 성장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정 회장은 세계적인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인수는 중흥그룹 제 2의 창업과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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