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지난달 2차 협상 거쳐 인수조건 최종합의 완료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이어 업계 4위 도약 전망
대우건설, 백정환 대표이사 체제 출범…조직안정성↑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건설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사진=중흥그룹 제공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건설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사진=중흥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건설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중흥그룹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년 만에 주인 찾았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KDB인베스트먼트(KBDI)와 중흥그룹 간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28일 대우건설 임시주주총회에서 매매대금과 주식교환이 진행돼 대우건설은 2011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11년 만에 중흥그룹 계열로 편입됐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완료하기까지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본입찰이 마감된 상태에서 중흥건설이 인수조건 수정을 요청했고 재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재입찰 사례로 가격조정의 기회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논란이 됐다. 

'승자의 저주'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2018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사례를 예로 들며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아울러 재입찰 논란으로 반발이 심했던 노조와의 갈등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달 2차 협상에서 인수조건 최종합의를 완료했다. 향후 3년간 내부임원 출신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5년간 구조조정 없는 고용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여러가지 난항을 겪은 중흥그룹은 시공 능력 17위인 중흥토건과 40위 중흥건설을 기반에 두고 대우건설(5위)의 역량까지 더해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뒤를 이어 업계 4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중흥그룹은 광주·전남지역 기반으로 진행하는 사업에서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활용해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난 계획이다. 주로 국내에 주택을 건축하던 사업 모델도 해외 진출 확대로 전환해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 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새 주인을 맞기 위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대우건설도 새 주인을 맞기 위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중흥체제 본격 '시동'

중흥그룹이 난항을 겪고 대우건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가운데 대우건설도 새 주인을 맞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백정환 대표이사(CEO) 체제 출범을 발표했다. 아울러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함께 단행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개편을 통해 중흥그룹과 조직안정성을 도모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근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전사 안전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CEO 직속으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또 리모델링 사업팀을 신설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도 지속할 계획이다.

새주인을 맞은 대우건설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8본부 2부문 37실 1원 115팀으로 구성했다. 정기 임원 인사를 거쳐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룹과의 화학적 결합, 시너지를 고려해 내외부 검증된 인사를 대거 기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안정화와 그룹과의 시너지 극대화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대외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인수에 따른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섰다. 정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경영방침은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통한 독립·책임경영 ▲안전품질본부의 기능 강화 및 전사 역량 결집 ▲전략기획본부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 등이다.

정 회장은 "새로운 대우건설, 역동적인 대우건설은 임직원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으로 만들어진다"며 "자율과 책임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 주신다면 대주주와 경영진은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시너지를 눈여겨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중흥그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대우건설의 노하우를 잘 흡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며 "새로운 대형 건설사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른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어떤 방향성을 잡을지 주목해야 한다"며 "한 단계 발전하는 건설사가 될지 무리한 인수로 마무리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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