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대출원금과 이자를 최장 20년간 상환하도록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상환기간을 20년까지 연장해 주는 것은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방안이 차주들에게 대출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2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 조치는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코로나 금융 지원 조치를 받은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으로 55만명이 이용 중이다. 금융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차주들은 갑자기 불어난 대출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

이에 당국은 전날 국회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에 참석해 대출 장기 분할 상환과 원금 일부 탕감 등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새출발 기금(가칭) 세부 운용 방안’을 보고했다.

우선 금융위는 대출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들이 그동안 밀린 대출 원리금을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최대 1∼3년까지 거치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최대 3년간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도록 하는 방침이다. 또 장기·분할상환 기간을 최장 10∼20년으로 늘렸다. 금액이 큰 대출에 한해 원리금을 최대 20년까지 나눠서 상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대출금리를 상환 기간에 따라 중신용자 금리 수준으로 조정한다. 부실차가 보유한 신용 채무(갚지 않은 돈)에 대해선 60~90%까지 원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은행권은 해당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차주들에게 대출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코로나로 같은 고통을 겪고도 대출을 받지 않고 버틴 소상공인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방안이 은행의 재원으로 원금을 탕감해 준다는 사실도 문제다. 고객이 맡긴 돈과 건실하게 거래한 사람들의 돈으로 부실채권을 막아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또 원금 탕감은 주주의 재산권을 훼손한다는 문제도 있다. 은행에는 주주가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투자한 기업이기 때문에, 원금 탕감은 배임이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은행권은 정부나 보증기금을 통해 보증해주고 100% 대위변제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은행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장 20년이라는 상환 기간을 두고도 은행권의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엔데믹에 접어드는 등 여러 업종에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20년이라는 상환 기간이 적절한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 지원 조치가 종료되고 대출 부실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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