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규모 만성골수성백혈병시장서 선전하는 '슈펙트'
출시 6개월 만에 국산 항암 신약 역사 새로 쓰는 '렉라자'

글로벌 항암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국산신약 18호 일양약품의 '슈펙트'와 토종 항암제로 첫 블록버스터 신약 자리를 예약한 국산신약 31호 유한양행의 '렉라자'. 사진=픽사베이 제공
글로벌 항암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국산신약 18호 일양약품의 '슈펙트'와 토종 항암제로 첫 블록버스터 신약 자리를 예약한 국산신약 31호 유한양행의 '렉라자'. 사진=픽사베이 제공

1999년 첫 국산신약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나온 뒤로 올해 7월 현재까지 총 35개의 국산신약이 탄생했다. 국산신약의 명암은 짙다. 35개의 국산신약 중 국내에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가 있는 반면 더 이상 시장에 나오지 않는 약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제약·바이오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국산신약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K-바이오를 밝힌 국산신약의 성공비결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토종 항암제는 여타의 국산신약에 비해 그리 성적이 좋지 않다. 토종 항암제 1호 '선플라주'는 생산이 중단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국산신약 3호 '밀리칸주'는 개발사인 동화약품이 간암 치료제시장에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진 철수를 결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산신약 21호인 젬백스의 '리아벡스주'는 규제당국의 조건부 허가를 획득하고도 임상 결과 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품목허가가 취소되는 불운을 맞았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국산신약 27호인 한미약품의 '올리타정'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이제껏 개발된 총 7개의 토종 항암제 모두가 불운한 운명을 맞은 것은 아니다. 이 중에는 글로벌 항암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제품도 있다. 아시아 첫 백혈병 표적항암제인 국산신약 18호 일양약품의 '슈펙트'와 토종 항암제로 첫 블록버스터 신약 자리를 예약한 국산신약 31호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대표적이다. 

◆글리벡 보다 우수한 효과·저렴한 약가로 승부 '슈펙트'

슈펙트는 2012년 출시된 첫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로 일양약품이 고가의 항암제 글리벡을 의식해 2003년부터 연구개발을 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는 아시아 첫 개발 사례이며,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만성골수성백혈병 시장에서도 4번째로 세상에 나온 약이다. 

슈펙트는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글리벡(첫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을 포함한 3개의 약이 1000억원 규모의 국내시장을 점하고 있는 가운데 '2차 치료제'로 국내에서 첫 발을 뗐다. 2015년 '1차 치료제'로 지위를 높인 슈펙트는 글리벨 보다 우수한 효과와 저렴한 약가를 내세워 2차 치료제 때 보다 처방범위가 10배 이상 넓어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츰 높여갔다. 

사진=일양약품 제공
사진=일양약품 제공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는 글리벡 보다 약 25~50배 이상의 강한 약효를 나타낸다"며 "독성시험에서도 글리벡과 수퍼글리벡에 비해 낮은 독성을 나타낸 데다 글리벡 내성에 대해서도 25배 이상의 약효를 나타내 독성과 약효에서 기존 약물을 능가하는 우수한 차세대 치료제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약에 내성이 생긴다는 것은 약효가 더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슈펙트는 우수한 효과와 저렴한 약가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약제로 꼽힌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양주일양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9개국과 슈펙트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이 완료됐다. 일양약품은 현재 슈펙트 수출을 위해 19개국에서 품목허가 절차 등을 밟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는 유럽과 미국 중심의 블록버스터급 표적항암제 시장에서 아시아 최초 백혈병 표적항암제로 개발된 국산신약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전 세계 백혈병 환자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권에서 우수한 효과와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우선 공략해서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충족 의료 수요 큰 비소세포폐암 해결사 '렉라자'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해 7월 출시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3세대 표적항암제에 속한다. 특정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에 돌연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현재는 '이전에 항암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2차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에서 85%를 차지하며 이중 30~40%가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이다.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기존 항암제 치료를 하면 절반 정도에서 내성이 생겨 더 이상 항암제 치료가 어렵게 되는 문제점에 직면한다. 

사진=유한양행 제공
사진=유한양행 제공

렉라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해결사로 통하는 혁신 신약이다. 치료 성적이 낮은 암에 속하는 폐암 치료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의 큰 부분을 메워준 렉라자는 출시 첫 해부터 빠르게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렉라자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은 벌써 40억원을 넘어섰다. 출시 첫 6개월만에 4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낸 국산 항암제는 렉라자가 처음이다. 

더구나 현재는 2차 치료제로 시장이 제한적인 데도 토종 항암제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현재 1차 치료제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전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 결과 일부가 올해 연말 공개될 예정이다. 1차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면 현재보다 몇 배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첫 블록버스터 항암 신약이자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약으로 렉라자를 꼽는다. 이미 렉라자는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로 2018년 기술수출되면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총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계약 규모 중 현재까지 1600억원(약 1억5000만달러) 이상의 기술료 수입을 벌어들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국산신약 중 많은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공동개발사인 얀센 역시 렉라자와 얀센의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글로벌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첫 단추가 될 혁신 제품"이라며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시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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