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친원전' 정책방향으로 신사업 관심도 상승
현대건설·대우건설 해외 원전 산업 위상 확보 노력
삼성물산·DL이앤씨, SMR시장 선점 위한 협약 체결
정부 전폭적 지원 기대… "원전사업, 매력적 선택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원전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원전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가 주택사업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올해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시작으로 원자력사업, 유통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에 건설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차별성을 두고 경쟁력을 높이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건설사들이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바쁜 움직임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원전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원전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가장 중요한 신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건설업계도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드라이브 전환 본격 '시동'

원전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4기 중 22기를 시공하는 등 대형원전부문에서 입지를 다진다.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총 국내 18기의 원전사업을 수행 중이다. 2010년에는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며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 첫 수출을 일궈냈다.

올 5월에는 원자력사업 분야 최고 기업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형 대형원전사업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 원자력 종합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기술 개발 협력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세계적인 원자력 에너지 기업들을 포함해 국내 전문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기술·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등 차세대 원전사업 대응체계를 갖췄다”며 “원전사업을 다각화하고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서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올 4월 현대건설,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주한 총 3632억원 규모 ‘수출형 신형연구로·부대시설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단 내 지하 4층~지상 3층 규모 개방수조형 원자로와 관련계통·이용설비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중공업 등과 ‘팀코리아’로 참여해 체코 원전사업에 뛰어든다. 해당 사업은 1000~1200메가와트(MWh)급 대규모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8조원에 달한다. 올 하반기에 입찰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상기후과 탄소중립 실현 등 글로벌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원자력분야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나라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원전사업 확대를 넘어 SMR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건설업계가 원전사업 확대를 넘어 SMR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소형모듈원전(SMR)시장 진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단순히 대형 원전 시공사업을 넘어 원전 해체, 소형모듈원전(SMR)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원전해체분야는 신사업 중에서도 가장 잠재성이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전세계 440개 원전 중 199기가 영구정지 원전이다. 하지만 해체작업을 완료한 원전은 21기구에 불과하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23조원, 2031~2050년에는 204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SMR은 대형원전 대비 100분의 1 수준인 소형원전이다. 주로 해안가에 짓는 기존 원전과 달리 어디서나 건설이 가능하고 태양광·수력·풍력보다 효율이 높아 차세대 원전모델로 주목받는다. 세계 SMR시장은 2035년 390조~630조원 규모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건설사들도 SMR사업 확장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앞서 적극적으로 친원전 행보를 보인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삼성물산도 SMR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은 올 5월 SMR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 뉴스케일파워사와 면담을 갖고 ‘글로벌 SMR사업 공동진출과 시장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등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서도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918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결정하면서 신사업 강화에 나섰다. 뉴스케일파워는 전세계 70개 SMR모델 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 인증을 획득한 곳이다.

DL이앤씨도 SMR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DL이앤씨는 지난 20일 캐나다 '테러스트리얼 에너지'와 SMR 설계·조달·시공(EPC)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2년에 설립된 테레스트리얼에너지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전인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IMSR)’를 주력 모델로 개발하는 회사다.

DL이앤씨는 앞으로 SMR사업을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까지 연계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기술 개발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자사가 보유한 석유화학 플랜트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안전성이 우수한 일체형 용융염(액체연료 원자로)를 발굴할 계획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분양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급등한 원자재 가격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사업에 관심을 갖는 건설사가 많아지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의 행보가 업계의 방향성을 바꿨다. 전망도 밝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예상되는 신사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최근 대부분 건설사들이 해외실적 부문에서도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원전사업은 이를 메울만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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