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최근 정부의 '민생안정 금융과제'와 '새출발기금' 등 운용방안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매 정권 채무조정 방안이 발표될 때 마다 무섭게 떠오르는 도덕적 해이 논란을 보면서 우리가,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되돌아 볼 시점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초기 지원 방향을 두고 대상이 넓고 금리 감면 수준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 주는 부분이 성실 상환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금융시장 질서를 왜곡시키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18일 설명회를 열고 자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에만 원금을 감면하는 등 재산·소득 심사를 철저히 하고 고의적 연체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은 순부채에 한해서만 이뤄지며, 채무조정 신청은 1번으로 제한되고 숨긴 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은 즉시 무효화된다.
우리는 지원 대상이 정말로 넓은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주요 7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을 받고있는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특히 원금감면율 90%를 적용받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의 고령자 등으로, 사실상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이다.
앞서 민생안정 금융과제를 두고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나는 열심히 빚을 갚았는데, 누군가는 빚을 탕감해준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금 탕감'과 '빚투 청년 지원' 등의 단어만 강조돼 오해를 키운게 아닌가 싶다.
청년 신속채무조정 속을 들여다 보면 대상은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로 한정됐다. 또 빚보다 재산이 많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자를 조금 깎아주고, 상환을 늦춰줄 뿐 원금 탕감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채무조정 이후에는 신용카드,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금지되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
정부가 도와주는 대상이 '빚투 청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나도 힘든데 왜 쟤만 도와줘’가 아니다. '주식과 코인에 투자한 건 자기 선택인데 그것까지 도와줘야 하냐'는 식의 태도도 버려야 한다. 사회에서는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도 예외는 아니다. 생활고는 방식을 가려가며 찾아오지 않는다.
정부의 태도도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 국가에 정부와 정책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벼랑 끝에 몰린 국민이 낭떠러지도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기 위해서다. 이미 빚을 갚을 능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빚의 굴레 중 일부를 덜어줌으로써 다시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은 복지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라는 논란 속에서 진정 해야 할 일은 진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찾아내고, 지원 범위와 방안을 더 촘촘하고 세심하게 짜는 일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언제나처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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