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석범 기자
사진=최석범 기자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낡은 상술에 바보 비용을 지불했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출시한 구독보험에 가입해 1년간 이용한 소비자가 남긴 후기다. 구독이라는 혁신은 '낡은 상술'로, 보험료는 '바보 비용'으로 표현했다. 

편맥보험, 이른바 구독보험은 출시와 함께 보험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보험에 구독경제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례인 데다, 급부로 편의점 맥주를 제공한다는 게 업계에는 큰 충격이었다.

여기에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겸 부사장이 구독보험 상품을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는 후문이 돌면서 화제를 불렀다.

업계에서는 구독보험을 놓고 보험상품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상품 자체가 가진 화재성과 혁신성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한화생명은 이 보험상품을 MZ세대를 겨냥해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으나, 오히려 한화생명은 배우 이동휘를 모델로 기용하고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구독보험으로 MZ세대를 한화생명 고객으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마진이 높은 기타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로 연결짓겠다는 큰 그림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한화생명의 전략은 통했을까. 구독보험 중 편맥보험에 가입해 1년간 이용한 소비자의 후기 면면을 보면 썩 그렇진 않아 보인다. 한 가입자는 편의점에 맥주를 교환하러 갔다가 원하는 맥주가 없어서 실망하고, 복잡한 교환방식 때문에 쿠폰을 쓰지 못해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복잡한 결제 탓에 계산이 지연되다 보니, 편의점에 이용자가 없을 때 기다렸다가 결제하는 촌극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가입한 한화 보험을 모두 해지하고 싶다는 저주 섞인 말도 보이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보험상품은 보험금 지급을 보험회사 보상팀이 담당하지만, 맥주 교환은 편의점에서 이뤄지니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한화생명에 지우는 게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이 상품을 판 이유는 MZ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진정으로 MZ세대를 확보하려고 했으면, 구독보험 판매 후에도 관심을 두고 관리를 하는 게 당연하다. 제휴 편의점은 한화생명에 미래 고객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운영 방식이 미래 고객에게 오히려 반감을 준 것이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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