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승 기자
주해승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지난 22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처음으로 일괄 공시된 이후 금융권에는 한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큰 폭의 예대금리차로 '이자장사 1위'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에 오르내리게 된 은행들은 해명하기에 바빴다.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대출 비중이 높아 예대차가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으로 은행과 금융소비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해당 통계로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여전히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예대금리차 성적표 공개 이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전북은행의 지난달 신규 취급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6.33%포인트로 은행권 중 가장 컸다.

은행연합회도 나서서 "전북은행의 서민금융진흥원 연계대출인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비중이 높아 예대금리차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예대금리차 1위'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었다. 특히 전북은행은 그동안 신용등급 8등급까지 대출을 지원하면서 평균 예대금리차가 높아지는 현상이 빚어졌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들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최대로 끌어올리도록 요구해 왔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달 예대금리차가 5.60%포인트로 인터넷은행들 중 가장 컸는데, 중·저신용 대출 비중 역시 7월 말 기준 38%로 가장 컸다.

이들 인터넷은행은 담보대출 없이 신용대출만 취급하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더욱 확대된 영향도 있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평균 31.1%로, 5대 은행보다 16.8%포인트 높았다. 

매달 이뤄지는 비교 공시로 인해 은행들은 곧바로 대출금리는 내리고 예금금리를 올리는 등 예대금리차 축소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 속에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만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 경쟁에만 치중해 차별성 있는 서비스 제공에는 집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던 제도가 결국 소비자의 편익만 축소시키게 되는 꼴이다. 투명한 금리 공시 체계 구축이라는 도입 취지를 생각해서라도 앞으로의 은행권 '줄 세우기'에는 현명한 보완책이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