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재계 요구 반영 개정안 전달
노동계 반발…"기업 입장만 반영해 혼란 가중"

건설현장에서 노조 횡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9년 10월 A지구 신축공사 현장에서 한 노총 소속원은 타워크레인 노조원 채용을 요구했다. 사진=픽사베이
기재부가 중대재해법 연구용역을 진행해 시행령 개정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하면서 월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시행령 개정 제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25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이를 바탕으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개정방안을 전달했다. 개정안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겨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한다. 재계는 대표이사가 아닌 CSO를 경영책임자에 명확히 포함해 대신 의무를 부과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간 기업 경영책임자를 규정한 중대재해법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명시됐다. 이에 노동부는 물론 법률 전문가들도 명시된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시행령으로 다시 규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재부의 개정안에는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재계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심화됐다.

기재부는 논란이 커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기재부는 중대재해법 포함 노사·관계부처간 이견이 첨예한 정책사안에 대한 노사관계 정책 협의·조정 업무를 담당한다”며 “관련 연구용역도 올초 법시행 전후 범부처 정책조율 필요성 등을 감안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령 소관부처인 고용부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데 따라 연구용역에서 연구자가 제시한 시행령 개정 관련 제안을 공유해 정책결정에 참고하도록 했다”며 “월권 의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월권 의도가 없다고 아무리 해명해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연구결과 보고서로 고용노동부를 압박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노사 모두가 산재예방·감소를 위한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기재부가 자신들 소관도 아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손을 떼고 지난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사정이 합의했던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법을 강화하기는 커녕 시행령을 개악해 법을 사문화 시키려는 기재부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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