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연 2.25%에서 연 2.50%
물가 상승세와 미국 고강도 긴축에 대응
경기침체 가능성 고려해 안성 보폭 줄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태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 등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현재 누적된 가계부채의 부실화와 경기둔화 리스크를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고환율에 자금유출 위험 막으려

금통위는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2.5%가 된 것은 2014년 8월 이후 약 8년 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응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진데다 아직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더해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나 높고, 한은 소비자물가 연간 전망치로서 1998년(9.0%) 이후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5%대 상승률이 현실화된다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27일 2개월 연속 자인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치솟는 환율도 금리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에는 1340.2원까지 뛰어오르며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1340원을 넘어섰다. 급격한 원화 약세를 방치하면 자금 유출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더 올라 물가 오름세도 부추길 수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 사진=서울와이어DB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 사진=서울와이어DB

◆물가보다 무서운 경기침체, 수출실적 저조

다만 금통위는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리인상 보폭을 줄였다. 이와 함께 미국의 물가 상승세도 다소 꺾인 가운데 연준이 9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아니라 빅스텝 정도로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추석 이후 9월, 10월 물가 상승세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실제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긴 하지만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지난달과 비교해 0.4%포인트 하락했는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월 대비 내린 건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인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기침체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는 떨어졌지만, 세계 경제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수출 실적이 높지 않은 것도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높아진 것도 수출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달 1∼20일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또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올해 상반기 대기업의 재고자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192개 기업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98조6661억 원)보다 48조9576억 원(49.6%) 증가한 147조6237억 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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