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전 ‘소통위원회’ 아직도 못 꾸려
인력 이탈 가속화에 위상 하락 우려도
대우조선 매각 컨설팅 결과 앞두고 소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산업은행 제공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산업은행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한지 두달이 지났지만 노조를 뚫고 첫 출근을 하던 취임 초기의 존재감은 이제 희미해진 듯 하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지만, 강 회장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산이전 소통 안 해 노사 갈등만 깊어져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열리는 첫 설명회라는 점에서 그가 침묵을 깨고 존재감을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본점 이전을 완료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앞서 강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할 당시 부산 이전을 직원들과 논의하기 위해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위원회를 꾸리지 못했다.

게다가 강 회장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산 이전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직원들과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강 회장이 취임한 6월 23일부터 매일 아침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설명회로 노사 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행사이다 보니 공식적인 정보가 없어 강 회장이 이번 행사에 직접 나와 직원들과 마주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국회의 움직임 없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도 강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다.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에서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제4조 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는 정당 내부사정으로 산업은행 이전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 회장이 만약 설명회에 참석한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부산 이전을 전면 반대하고 있는 직원들의 불만을 식혀줄 만한 해법을 곧바로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이슈로 인력 이탈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도 강 회장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을 떠난 직원은 임금피크제, 정년퇴직 직원을 포함해 총 76명이다. 반년 동안 퇴사자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퇴직자 수(89명)에 육박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다른 직장에 비해 안정된 고용과 높은 연봉 덕분에 신의 직장이라 불려왔지만 일각에서는 본점을 옮길 경우 인력 이탈이 더 심해지고 산업은행의 위상 또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사진=서울와이어DB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사진=서울와이어DB

◆컨설팅 결과 앞둔 대우조선 매각 문제도 소홀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껴왔다. 강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의 매각 문제와 관련해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다양한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데 그쳐 해당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이에 대한 밑그림이 담긴 컨설팅 결과가 곧 드러나는 만큼 강 회장이 본격적으로 매각을 위한 준비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컨설팅을 맡고 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이르면 9월 초 컨설팅을 마치고 산업은행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내용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으로, BCG가 지난 3월 산은에 제출한 초안에도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은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강 회장의 그간 발언들을 볼 때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또다시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회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그간 대우조선 처리가 대우조선 자체 기업을 처리한다는 관점에서 진행됐다"며 "현재 정부에선 기업 관점뿐 아니라 전체 산업 관점에서 검토하고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구조조정이란 틀 내에서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 회장이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이렇다 할 뚜렷한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책은행 회장으로서의 존재감만 더 희미해져 가고 있다. 취임한지 두 달, 강 회장이 앞으로 침묵을 깨고 회장다운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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