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물이 가득 찼지만, 배가 제대로 뜨지 못한다. 뜨더라도 불안하다. 최근 조선업계가 처한 형국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불황기 숙련공들의 대거 이탈로 인력 세계를 무대로 극강의 경쟁력을 보였던 조선업이 무너져가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청년세대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고된 노동 등을 이유로 조선업종을 기피한다.

업황은 10년 만에 한 번 찾아올까하는 슈퍼사이클(대호황기) 초입에 진입했으나,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난이란 숙제를 푸는데 애를 먹는다. 인력난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이 중국은 저가공세로 2021년부터 2년 연속 수주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조선3사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웠지만, 이마저도 1위로 이끌진 못했다. 그간 중국도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보단 질로 승부한 우리나라는 독점하다 시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시장까지 위협받는 처지다.

전 세계 발주물량 절반 이상을 싹쓸이하며 자존심을 지킨 LNG선시장에서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면서다. 2021년 7%였던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30%로 뛰었다. 불과 1년 만에 한 자릿수 점유율이 4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규제와 에너지 공급망 악화 등에 따른 수요는 중국의 장악력에 힘을 더한다. 시장 주도권은 아직 우리에게 있지만, 나날이 향상되는 중국의 기술력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력난은 우리나라에 최대 약점이다.

빠른 시일 내 이 부분을 메우지 못하면 LNG선 등 친환경 선박 주도권 상실은 물론 수주시장 2위는 고정된 자리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해양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노후 선박의 교체를 가속했다. 이들이 빠른 납기를 원하면서 이득을 보는 쪽은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의 강점은 넘치는 인구 수로 인력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인건비도 국내보다 저렴하다. 반대로 국내는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저임금 구조 고착화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인력 유출을 부추겼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20여만명에 달했던 관련 업종 근로자들은 지난해 9만명대로 대폭 줄었다. 수주 호황 속에도 조선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진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금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단순 노무직보단 숙련공을 필요로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부딪혀야 한다. 대안은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현장 디지털화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연구개발(R&D), 빠른 공정 전환이 모범 답안이다. 때마침 정부도 생산공정 스마트화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장기 관점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선박 건조 생산과 효율성 극대화가 정부의 청사진이다. 

조선업계도 이에 맞춰 넓은 시각에서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재구상해야 한다. LNG선 등 고부가가치 수주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는 공수를 강화해야 할 입장으로 안주할 때 가 아닌 보다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

과거 글로벌시장에서 우리만이 가진 기술력과 한 발 앞선 차세대 선박 개발로 중국을 제치고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독보적인 상승세로 질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호시절 재현을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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