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업체 실적하락
파운드리, 낸드플래시 등 사업 다각화로 방어
중국, AI반도체 등 외부변수, 시장회복 기대감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정보기술(IT)제품 전반의 수요 감소가 반도체 가격을 떨어뜨렸고,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적 하락폭이 가팔라졌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도체시장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국내기업의 생존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DC에 사용되는 서버용 CPU 가격이 반등하면 반도체 다운사이클 회복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픽사베이
IDC에 사용되는 서버용 CPU 가격이 반등하면 반도체 다운사이클 회복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올해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예고된 가운데 신형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등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버 교체시기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해 상반기 암울한 실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D램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반도체 다운사이클 회복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10년 만의 반도체 불황기에 울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시장 예측보다 심각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 1조7012억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원인은 글로벌반도체시장의 부진이다. 올해 글로벌반도체시장의 역성장 전망치가 최대 7%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나 스크보르초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연구원은 1일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5천5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7%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버용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실적도 같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버용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실적도 같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시장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는 서버용 D램분야에서 발생했다. 서버용 D램은 IT기업들의 IDC 구축 붐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해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IDC 구축 붐이 주춤하자 D램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1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이 1.81달러로 기록하며 2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올 1분기에도 D램의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응은 엇갈렸다. 파운드리로 선회 중이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분야 흑자로 부진을 피했다. 반면 D램이 매출 비중의 95%에 달하는 SK하이닉스는 대규모 감산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양사 모두 D램 수요 하락이 회복되길 기다렸다. 2년 만의 인텔 신제품 소식은 이들 기업이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전체 95%에 달해 D램 가격 하락 영향을 크게 받았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전체 95%에 달해 D램 가격 하락 영향을 크게 받았다. 사진=SK하이닉스

◆외계인 고문한 인텔 D램의 부상

업계에서는 인텔의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와 IDC 서버 교체 주기가 글로벌 D램 가격 인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인텔이 내놓는 2년 만의 서버용 CPU 신제품이다.

사파이어래피즈가 공개된 이후 업계에서는 ‘외계인을 고문해 CPU를 만든다’던 인텔의 명성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이전 제품보다 성능이 2.9배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보안, 데이터 스트리밍, 네트워크, 스토리지, HPC 등 다방면에서 최적화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IDC 제품 교체 시기가 올해 시작될 예정이고, IDC 증설도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대규모 서버용 CPU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신규 D램 규격제품 출시에 반색한다. 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 1분기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메모리가 전체 D램 가운데 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사파이어 래피즈)는 IDC 교체시기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인텔 제공
인텔의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사파이어 래피즈)는 IDC 교체시기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인텔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 공급 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DDR5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을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DDR5 전환 초기 신제품 시장 재고 수준이 매우 낮다“며 ”빌드 수요에 초기재고 확보 수요가 더해져 실제 구매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DDR5가 시장에 끼칠 영향력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수요 회복에 불을 켠 기업들이 생산 템포를 높일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해도 상반기 D램 가격 바닥을 찍고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