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마트, 다음달부터 의무휴업 평일 변경
규제 완화되면 이커머스와 당일 배송 '전쟁'

10년 만에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가 본격 거론됐다. 그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한 달 두 번의 의무 휴업과 휴일 온라인배송 금지 등 규제로 몸살을 앓아온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와의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적기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대형마트 규제 폐지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대구시가 다음달부터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면서 첫 신호탄을 쏘면서다.

특·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처음으로 결정한 것인데 대형마트 규제 완화 분위기가 전국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모인다.

◆수혜자없는 낡은 법

최근 소비자들은 핸드폰 클릭 몇 번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한다. 굳이 직접 장을 보러가지 않아도 원하는 물건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대형마트가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는데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없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한다.

또 전통시장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통시장 1㎞ 이내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 3000㎡ 이상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한다. 물론 이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통시장 규모가 조금 커지긴 했으나 온라인몰 성장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2013년 20조원이던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해 26조원을 기록한 반면 이커머스는 같은 기간 39조원에서 187조원까지 뛰었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3년 34조원, 지난해 35조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업계에선 영업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발걸음이 시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라며 관련 규제를 풀고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대결 구도가 ‘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됐는데 굳이 대형마트를 규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를 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8.3%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7.8%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를 답한 응답자는 각각 29.3%와 2.9%에 그쳤다.

대형마트가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픽사베이
대형마트가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픽사베이

◆규제 완화에 기대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안건을 ‘규제혁신 1호’로 꼽았다. 하지만 첫 규제회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논의가 없던일이 됐다.

또 한 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무산되자 업계는 정부에게 상생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제안했다. 논의 끝에 정부와 대형마트·중소유통업계는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대형마트가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10년 만에 완화하는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온라인 배송이 본격 허용되면 대형마트가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도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커머스와 동등한 위치에서 치열한 경쟁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월 2회 의무휴업은 그대로 유지돼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무휴업일은 반드시 일요일일 필요는 없다. 유통법 제12조에는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평일 전환을 추친한다.

대형마트는 이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주말 매출이 평일 2~3배인 상황에서 주말에 문을 열면 매출 확대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 판단이다. 교보증권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면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연매출이 각각 3840억원, 1728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소상공인들은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과 평일 전환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 면에서 형평성 있는 규제 완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 분위기로 기조가 바뀌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거나 폐지하는 방안까지 빠르게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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