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 8.5대 1에 그쳐
둔촌주공·장위자이레디언트 등도 '저조한 성적'
매수심리 위축·미분양 공포 확산, 침체기 우려↑
정부, 규제완화 조치… "분위기 반전 어려울 것"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청약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청약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역대급으로 혼란이 가중됐고 급변한 시기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치솟았던 집값은 추락을 거듭하고,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매매시장은 물론 수익성 부동산, 경매시장까지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올해 시장은 어떻게 흐를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집값은 물론 지난해 부동산은 모든 부분에서 혼란이 컸다.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하자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졌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쏙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청약시장도 얼어붙었고 지방에서만 뚜렷했던 미분양 문제가 수도권까지 확산됐다. 이에 정부가 급히 연착륙 유도에 나선 가운데 올해 시장 분위기가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꽁꽁' 얼어붙은 청약시장… "집 안사요"

14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5대 1에 불과했다. 2014년 6.7대 1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 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017년 12.0대 1, 2018년 14.2대 1, 2019년 14.8대 1, 2020년 26.8대 1, 2021년 19.1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작년엔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시로 397.3대 1을 기록했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해 경쟁률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부산(37.4대 1), 인천(15.3대 1), 대전(11.9대 1), 경남(10.6대 1) 등 지역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고 나머지 시도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대구는 1만1500가구 공급에 3495명만 접수하면서 0.3대 1로 전국 최저 경쟁률을 보였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고 최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분양가는 계속 상승해 수요자들이 더 이상 청약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재건축 대어들이 잇따라 청약에 나섰으나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자 분양시장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사업)마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7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일반분양만 4786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은 고분양가 인식과 일부 평형에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또 다른 재건축 대어로 꼽혔던 ‘장위자이레디언트’도 부진한 성적표를 나타냈다. 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1순위 청약(해당지역)을 진행한 결과 956가구 모집에 299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12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은 5.25대 1에 그쳤다.

단 한건의 신청자를 받지 못한 단지까지 나왔다.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빌라드아르떼제주’는 지난달 12일 1순위 청약접수를 진행한 결과 단 한 명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았다. 물량 36가구를 공급하는 전용면적 168~242㎡ 2순위 신청에서도 고작 2건이 접수됐다.

이처럼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71.5)보다 0.6포인트 오른 72.1로 집계됐다. 2주 연속 회복세를 보였으나 아직 기준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서울은 64.8로 지난주(64.1)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주 8개월 만에 반등한 이후 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아직까지 집을 팔려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이들은 잇따른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주택을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전격 완화하면서 시장의 분위기 반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전격 완화하면서 시장의 분위기 반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미분양 공포 엄습, 정부 '응급조치' 시행

청약시장 한파와 더불어 미분양 공포도 부동산시장의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물량이 많고 매력이 떨어지는 지방에서는 몇년전부터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아직까지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제는 수도권에서도 분양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다. 이는 전월(4만7217가구) 대비 22.9%(1만810가구) 많은 수치로 2019년 9월(6만62가구)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기록했다. 1개월 만에 미분양이 1만 가구 넘게 늘어난 것은 2015년 12월(1만1788가구) 이후 6년11개월 만이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373가구로 전월 대비 36.3%(2761가구) 급증했다. 인천이 1666가구에서 2471가구로 한달 사이 48.3% 늘었고, 경기도는 5080가구에서 7037가구로 38.5% 증가했다. 미분양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서울도 심각하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865가구로 전월 대비 1가구 줄어드는데 그쳤다. 계약이 이뤄진 1가구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 23㎡였다.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경품 제공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으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빠지자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급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고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수요자들의 세금부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적용 중인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이 1년 더 늘어난다. 조정대상지역 내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1주택자 양도세율(6~45%)로 적용해주는 기간이 2024년 5월까지 연장된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30%로 적용하는 등 대출 규제도 전격 완화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맞춤형 세제 인센티브 제공과 2020년 축소된 민간임대사업자제도도 크게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조정안’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조정안’에 대한 심의를 거쳐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개 구를 제외한 21개구에 적용 중인 규제지역이 해제됐다. 과천·성남(수정·분당)·하남·광명시 등 경기 4개 지역도 대상에 포함됐다.

중도금 대출 규제와 특별공급 등 청약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현재 12억원 이하만 가능한 중도금 대출 보증을 모든 분양주택으로 확대하고 1인당 5억원으로 제한한 인당 중도금 대출 한도도 폐지한다. 이에 오는 3월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도 축소됐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민간 주택에는 5∼10년의 전매제한과 2∼3년의 실거주 의무를 뒀지만 이번 규제완화에 따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내 분양 단지는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거래 자체가 단절되다보니 이사를 못가고 청약에 당첨돼도 대출이 끊어져 10년씩 기회를 놓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거주와 실제 이사, 자산 형성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던 게 갑자기 멈춰 앞뒤가 끊어지는 부분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며 “주택 공급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급격한 거래 단절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금융완화, 규제 완화에 속도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규제완화 방안이 어느정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기대감도 가질 수 있지만 시장에 녹아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주택경기의 연착륙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침체된 거래시장의 정상화 효과가 기대되고 시장 전반의 주택 매수심리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다만 올해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등이 예고된 상황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DSR) 규제에 따른 가계의 유동성 축소 분위기도 여전해 무주택 실수요층까지 전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이번 정부의 조치는 시장 연착륙의 방점을 찍은 대책이다. 특히 미분양과 거래절벽 해소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유도했다”며 “현금 보유자나 갈아타기를 계획한 유주택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플레이션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매입과 보유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하다”며 “LTV가 높아져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됐지만 DSR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소득의 변화가 없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대책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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