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아파트 낙찰율 14.2%, '역대 최저치' 기록
부동산침체기 지속… "금리 오르면 낙찰가율 더 하락할 것"
지난해 1~10월 전국 상업·업무용 거래 전년 대비 26% '뚝'
"오피스텔, 보수적 관점에서 봐야… 철저한 옥석구분 필요"

부동산시장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방법으로 평가됐던 경매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부동산시장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방법으로 평가됐던 경매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역대급으로 혼란이 가중됐고 급변한 시기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치솟았던 집값은 바닥까지 추락하는 중이고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매매시장은 물론 수익성 부동산, 경매시장까지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올해 어떤 부분이 심각하고 어느 부분에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역대급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많이 찾았던 경매마저 외면받는 모습이다. 자금 마련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도 수익형 부동산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보다 저렴하고 좋은 매물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전세사기로 위축된 분위기는 쉽게 반전되지 않을 전망이다.

◆주인 찾지 못하는 경매 아파트

17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낙찰율은 14.2%다. 전월 대비 3.6%포인트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율은 경매 물건 중 낙찰된 물건의 비율로 10채 가운데 9채가 주인을 찾지 못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3.6%로 전월(88.6%)보다 5%포인트 떨어지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로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경매 물건에 대한 평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경매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낙찰가율이 83.6%면 감정가 10억원인 아파트 물건이 8억3600만원에 팔렸단 뜻이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율은 전월(36.5%)보다 3.7%포인트 줄어든 32.8%를 기록하며 지난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2009년 3월(28.1%)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낙찰가율은 78.6%로 2013년 5월(79.8%) 이후 처음으로 80%대가 무너졌다.

전국 평균 응찰자 수는 5.3명, 서울 응찰자 수는 2.6명이다. 매매시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경매시장으로 옮겨진 셈이다.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요자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경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줄었다.

다만 경기도의 경매 분위기는 다소 회복됐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률은 40.8%로 전월(31.9%)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가격 부담이 적은 외곽의 감정가 2억원 이하 아파트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낙찰율은 전월(31.1%) 대비 8.2%포인트 하락한 22.9%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낙찰가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며 “다만 2회 이상 유찰돼 입찰가가 시세 이하로 많이 떨어진 물건에는 응찰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속 수익형부동산도 외면받고 있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사진=고정빈 기자
고금리 속 수익형부동산도 외면받고 있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사진=고정빈 기자

◆수익형 부동산마저 '절레절레'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0월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건수는 총 6만1577건으로 전년 동기(8만3230건) 대비 26% 감소했다. 수도권은 4만5636건에서 3만1956건, 지방은 3만7594건에서 2만9621건으로 각각 29.9%, 21.2%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해 4월 거래량(8327건)이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10월 거래는 가장 낮은 수준인 3968건을 기록했다. 대출 비중이 높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특성상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0월 전국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부동산 중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의 비중을 살펴보면 73.7%(4만5376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은 78.9%(2만5219건), 지방 68.0%(2만157건)로 조사됐다. 일반건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부동산 가운데 1억원 이하 비중은 26%(1만6063건)로 지난해 22%(1만8357건)에 비해 소폭 높아졌다. 이처럼 지난해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주택 규제 강화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거래가 활발했던 2021년과 달리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시 저렴한 가격 이상으로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은 공실”이라며 “올해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시에는 상가 입지여건과 유동인구, 업종분석은 물론 철저한 옥석 구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더 이상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2만6551실로 전년(5만6724실)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오피스텔 청약경쟁률도 평균 1.19대 1로 미달을 간신히 면했다.

특히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상승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높은 대출이자와 예금(저축)금리수준 등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수익성은 과거보다 낮아진 수준으로 평가된다. 높은 오피스텔 가격도 문제다. 전국 오피스텔 의 3.3㎡당 평균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1098만원에 달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오피스텔시장도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선별 청약이나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 등이 대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라며 “과거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오피스텔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직주근접 지역과 유동인구가 풍부한 도심 역세권 일대 오피스텔이 수익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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