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울 집값 내림폭 2주 연속 둔화, 전셋값도 회복
실거래가 바닥까지 떨어진 단지 속출, 금리인상 영향
올해 집값하락 지속 전망 우세… 주산연 "전국 5%↓"
전문가들 "고금리 상당한 부담… 시장약세 이어질 것"

롯데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서울와이어 DB]
지난해 집값이 바닥까지 추락한 가운데 올해 집값은 어떻게 바뀔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이태구 기자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역대급으로 혼란이 가중됐고 급변한 시기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치솟았던 집값은 바닥까지 추락하는 중이고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매매시장은 물론 수익성 부동산, 경매시장까지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올해 어떤 부분이 심각하고 어느 부분에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집값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집값이 이렇게나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잇따른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을 흔들었다. 전국적으로 가격이 폭락한 매매시장이 올해는 어떻게 바뀔지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집값 '꿈틀', 하락세 둔화 조짐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52% 하락하며 지난주(-0.64%)보다 내림폭이 줄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10년8개월 만에 기록한 집값 최대 하락세가 멈추고 2주 연속 하락폭이 둔화됐다.

서울(-0.45%)은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완화됐으나 33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침체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전격 완화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집값 속도 조절이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낙폭이 줄었다. 도봉구(-1.12%→-0.77%)와 노원구(-1.17%→-0.70%)가 큰 회복세를 보이며 1%대 낙폭에서 벗어났다. 강북구(-0.86%→-0.45%)도 낙폭이 크게 줄었다. 2021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몰렸던 노도강의 하락폭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연수구(-1.01%)가 입주 물량이 늘어난 송도신도시 위주로 집값이 미끄러지며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남동구(-0.84%)는 논현‧간석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서구(-0.70%)는 입주물량 영향이 큰 가정‧검암동 위주로, 계양구(-0.70%)는 작전‧효성동 구축 위주로 조정을 받았다.

경기(-0.72%)도 내림폭이 줄었다. 경기에서는 간헐적 급매 거래 영향이 지속되는 철산‧일직동 대단지 위주로 떨어진 광명시(-1.26%)의 하락률이 눈에 띄었다. 성남 수정구(-1.13%)는 신흥‧창곡동 등 위주로 고양시 덕양구(-1.04%)는 도내‧행신‧화정동 주요단지 위주로 매매가격이 미끄럼을 탔다.

전세시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0.76%)은 지난주(-0.82%)보다 내림폭이 줄었다. 서울(-1.15%→-1.05%)도 하락폭이 완화됐다. 인천(-1.04→-0.96%)과 경기(-1.17%→-1.06%) 역시 하락세가 둔화됐다. 대부분 하락폭이 줄었으나 아직은 전세시장 빙하기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발표에 따른 일부 시장 회복 기대 심리로 매물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추가 금리인상 예고와 급매물 중심의 간헐적 매수 문의만 존재하는 관망세가 지속되는 등 하락 흐름은 지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폭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으나 이미 실거래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한강로1가 ‘용산파크자이’ 전용 123㎡는 지난해 12월 22일 15억6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4월(20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4억원 떨어졌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도 지난해 12월 17억4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돼 9월(25억1000만원)보다 7억7000만원 급락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큰 단지들도 집값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해 12월 18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2021년 11월 최고가(26억3500만원)보다 7억원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아파트’ 전용 83㎡도 지난해 12월 19억원에 팔리며 직전 최고가(28억5000만원) 대비 10억원 가까이 저렴해졌다.

이처럼 집값이 추락한 가장 큰 이유는 잇따른 금리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해 11월 ‘베이비 스텝’(한 번에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가 3.25%까지 치솟았다. 10년 만에 금리가 3%대를 돌파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들은 눈물만 흘리게 됐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정부의 규제완화로 하락폭이 2주 연속 둔화됐으나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반등 어려울 듯… 하락세 지속 전망

이처럼 하락폭이 둔화되는 가운데 집값이 올해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지만 그래도 올해는 시장분위기가 조금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물론 전문가들과 조사기관마저 집값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평가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5.0%, 주택 가격은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4.0%, 수도권은 4.5%, 지방은 5.5%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전국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반등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주산연은 국내 집값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기침체와 고물가 현상, 고금리 정책으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급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작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나는 4월부터 내림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종대 주산연 대표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집값 급락세가 꺾이고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거래가 회복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하향 전환할 가능성이 큰 4분기 중에는 수도권 인기지역부터 보합세 또는 강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요자들도 대부분 집값이 지금보다 더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3089명 중 77.7%가 올해 거주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상승할 것이란 응답은 10.2%에 불과했고 보합은 12.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81.5%)과 지방 5대 광역시(80.7%)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하락 전망 비율이 80%대로 가장 높았고 경기(74.8%)와 인천(76.2%)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인상 부담(58.2%)’가 꼽혔다. 경기 침체 지속(19.5%)과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16.4%)도 집값 하락 전망 이유로 거론됐다.

전세시장도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69.5%가 올해 거주지 주택 전셋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상승은 13.1%, 보합은 17.4%에 그쳤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전세대출 이자 부담으로 인한 전세 수요 감소’가 48.7%로 가장 많았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이 원인으로 작용해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수요 감소 등으로 하락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며 “매매와 전세 모두 현재의 가격수준이 높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높아 최근 1~2년 사이 가격이 급등했던 부분이 피로감으로 누적되며 하향 조정국면을 전망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금리변동이 수요자들의 거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부동산시장은 고금리 여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섰다”며 “가격 고점인식과 추가 금리인상,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매수세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의 약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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