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RA 대응 위해 미국에 전기차 공장 건설
배터리 업체 미국 현지 업체와 합작 등 투자 나서
다수 중소업체 미래차 전환 못해, 산업 발전 우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부품기업 가운데 미래차 전환단계에 착수하지 못한 기업이 72.6%로 나타났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부품기업 가운데 미래차 전환단계에 착수하지 못한 기업이 72.6%로 나타났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미국이 국내 배터리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현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IRA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꺼내든 카드로,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또 일정 비율 이상의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을 가졌다. 이후 현대차 협력사의 미국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같은 달 현대모비스는 2030년까지 미국에 약 1조8447억원을 투자해 전동화 부품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미국 공장 설립과 관련해 “현대차·기아와 협업을 통한 북미시장 진출과 중장기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 조지아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1차 협력업체인 세원아메리카가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인근에 약 3900억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한다. 세원아메리카는 세원그룹의 미국법인으로, 조지아주 동부 에핑엄 카운티에 공장을 짓고 740여명을 고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에코플라스틱도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 지난달 에코플라스틱은 조지아주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부터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불록 카운티에 전기차용 범퍼와 외장, 내장재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규모는 약 3190억원으로 460명가량을 고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진산업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부품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 공장은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규모는 4400억원이다. 지난 2008년 2월 기아 협력업체로 미국에 동반 진출한 아진산업은 차체 부품을 현대차·기아 현지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에 필수인 배터리업체의 미국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만든 배터리 회사 얼티엄셀즈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1공장과 2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3공장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미시건주에서 착공에 들어갔다. LG화학은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테네시주에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GM과 2030년까지 95만톤 이상 양극재 공급에 합의했다.

SKC는 음극재 주 원료인 동박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SKC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5만톤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한다. 최근 양극박 생산기지 ‘롯데 알미늄 머티리얼즈 USA’를 미국에 설립했다.  

이처럼 국내의 자동차 부품업체와 배터리업체가 미국으로 움직이면서 국내 미래차(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부품기업 가운데 미래차 전환단계에 착수하지 못한 기업이 72.6%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와 배터리업체가 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중소 부품업체들은 미래차로 전환은 준비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메이저 업체의 미국 이동과 중소업체의 미래차 전환 준비 부족으로 국내 미래차 산업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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