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서 사기극 피해자로 진실 파헤치는 기자 '천나연' 역
예쁜 이미지로 기억하지만 평소 구두 안 신고 잘 안 꾸며
외적인 모습만 부각 돼 아쉬워…연기로 인정받을 수 있길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그간 ''쌈, 마이웨이', '황후의 품격',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등에서 악녀 역으로 호평받으며 이름을 알렸던 이엘리야. 그는 드라마 ‘미끼’에서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등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계기에 대해 '기회가 왔기 때문에 배를 탈 수 있었고 인지하지 못하는 내 안의 감정들과 상태들이 때를 맞춰 표현할 수 있었던 게 많았던 것 같다'며 '기회'를 강조했다.

7일 파트2 공개를 앞둔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극본 김진욱, 연출 김홍선)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다. 이엘리야는 극중 5조 원대 사기로 수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최악의 범죄자 ‘노상천’(허성태)의 사기로 인해 어린 시절 모든 걸 잃은 기자 '천나연' 역을 맡았다.

김홍선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나연' 캐릭터의 과거-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 어린 아역 배우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어린 '나연'의 서사를 모두 소화하고 싶은 욕심 있었던 이엘리야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과거-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 아역-성인으로 배우가 바뀌면 연기자들 각각 몰입하는 감정선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엘리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 느낌으로 교복 테스트를 받았다.

드라마 '미끼'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미끼'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내가 아무리 '나연'의 학창 시절 심리를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도 외적인 부분을 통과 못 하면 이 연기는 할 수 없겠구나'라는 심적 부담이 컸어요. 어떻게 하면 고교생처럼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저의 학창 시절을 많이 떠올렸어요. 교복을 좋아했고, 꾸밈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빛났던 시기니까. 그것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 했고. 또 안타깝게 잘 봐주신 것 같아요. '나연'의 고교 시절은 제가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부담은 덜했던 것 같습니다."

'미끼'는 2015년 도피 중이던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5조 원대 사기 범죄자 '노상천'(허성태)이 8년이 지난 2023년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강력계 형사이자 변호사인 ‘구도한’(장근석)의 추적 과정에서 ‘노상천’의 과거 범죄 행위, 도피 과정, 죽음 등 모든 것이 다시 파헤쳐진다. 이엘리야는 '노상천'으로 인해 어린 시절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이자 기자가 된 '천나연'으로 분해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연결하는 주요 인물로 활약한다.

배우 이엘리야.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배우 이엘리야.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이엘리야는 대중이 기억하고 인식하는 비슷한 느낌과 스타일의 본인 느낌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단발, 긴 머리에 이어 앞머리를 잘랐을 때 '미끼'의 '나연' 캐릭터 섭외가 들어왔다. 운과 시기가 맞아 극중 고교 시절부터 서른 초반인 '천나연'을 외적으로 알맞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탈색을 해보고 싶다'며 '리스크가 많아 역할을 한다면 확실하게 변화를 주고 싶다'고 도전하고 싶은 머리 스타일을 말했다.

이엘리야는 평상시 화장도 안 하고 구두도 신지 않는다. 20대 때도 구두가 거의 없었다. '황후의 품격', '미스 함무라비' 등에서 '예쁘고', '화려했던' 이엘리야는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이어 '미끼'에선 반대되게 '편안'해졌다. 그리고 사람으로서도 행복해졌다. 연기 외엔 아무것도 신경을 안 써도 됐던 시점이었기에 '예뻐 보이려는 생각'이 떠나니 캐릭터가 날개를 단 느낌이었다.

"연기를 하다 중간에 수정되면 캐릭터가 분리된 것 같아요. '나는 연기하러 왔는데 이게 맞는 건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보이는 외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만 할 수 있을 때 날개를 단 것 같은 배우로서 행복과 성취감이 컸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운동화 신고 뛰어다닌 캐릭터가 처음이어서 더 행복했어요."

배우 이엘리야.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배우 이엘리야.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이엘리야는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도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촬영장이 항상 어둡고 인위적으로 안개를 뿌리다 보니 알레르기 때문에 피부가 더 거칠게 연출돼 되려 만족한다. 주변에선 '원래도 화장을 안 한 상태이었는데 이번엔 진짜 메이크업 없이 연기했다'며 오해를 많이 했다. 모 여성 연기자 선배는 투혼에 '멋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연기나 감정 표현보다 외적인 것을 포기한 것에 칭찬받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과한 칭찬 같아서 다음에는 노메이크업도 안보이게끔, '외적인 관심보다 연기적으로만 주목받을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기적으로 저의 행복감과 연기적 평가는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저의 행복 지수는 굉장히 높았지만 '과연 '나연'을 잘 연기했을까' 물었을 때 스스로는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부족한 것이 많이 보이고 끝날 걸 봤을 때 더 크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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