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탈중국' 압박 속 중국은 협력 요청
국내 반도체 기업, 부담감↑·셈법도 복잡
“초격차 기술력으로 국내 자생력 키워야”

최근 중국은 우리나라에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관련 협력을 요청했다. 탈중국을 강요하는 미국과 손을 내민 중국 사이 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중국은 우리나라에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관련 협력을 요청했다. 탈중국을 강요하는 미국과 손을 내민 중국 사이 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된 협력을 요청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 무역장관 회의에서 공급망과 관련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측은 이후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한국이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산업부 발표와는 결이 다르다.  산업부가 낸 보도자료엔 핵심 광물과 원자재의 원활한 수입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급망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관련 업계에선 이에대해 중국이 미국 반도체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마이크론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한국에 빈자리를 메우지 말 라고 요청하자 다급해진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할 확대를 기대한 것이란 분석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에 낀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이 가중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패권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각국의 안보 자산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가 기술 경쟁력 우위를 비롯한 자생력을 키워 양국 의존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산업 관련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여기는 것 같다”며 “양국 모두 우리나라엔 반도체 관련 최대 수출시장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리스크와 수출 의존도 극복을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 보이며, 초격차 기술력 확보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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