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가수 유랑단' 촬영 당시 '닥터 차정숙' 첫 방송 방영 겹쳐
주변 동료들이 기뻐해 주는 반응에 '잘못 살지 않았구나' 생각
김병철, 함께 시청하며 민감하게 모니터하느라 집중 전혀 못 해
원동력은 일에 대한 애정... '닥터 차정숙'은 대표작으로 남을 것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킨 ‘닥터 차정숙’은 마지막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차정숙'(엄정화)은 ‘늙고 병든 전문의’가 아닌 어엿한 ‘닥터 차정숙’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자신만의 새로운 내일을 써 내려간 그의 이유 있는 반란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엄정화는 '차정숙'의 다이내믹한 성장 서사를 진정성 있게 묘파해 ‘올타임 레전드’의 명성을 또 한 번 입증했다.

20년 동안 주부라는 틀 안에 갇혀 느껴야만 했던 공허와 무력감부터 다시 레지던트가 되어 발산해 내는 뜨거운 열정까지. 무시와 편견을 딛고 쉴 틈 없이 변모하고 성장하는 차정숙의 변화는 엄정화의 노련함을 입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엄정화는 "5~6년 만에 타이틀을 맡아 굉장히 부담되고 불안했는데 특히 '댄스가수 유랑단'의 촬영과 맞물려 더 그랬다"고 밝혔다.

지난 '서울체크인' 촬영 중 가수 이효리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댄스가수 유랑단'은 각 지역의 사연을 받아 전국을 돌며 각기 다른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춰 각 멤버들이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고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가 출연해 첫 공연부터 화제를 모았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경상남도 창원의 해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여수의 버스킹, 광양에선 첫 공식 콘서트, 광주에선 줌바 페스티벌, 서울에선 성균관대학교, 고려대학교 축제의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 사진=JTBC 제공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 사진=JTBC 제공

"무대 공연을 하고 내려왔는데 저희 숙소에서 휴대전화 메시지를 나누고 이럴 시간은 있는데 정신이 하나도 안 차려 지는 거예요. 이제 방송은 시작하는데 녹화 촬영은 끝날 줄을 모르겠고. 정신이 메시지에 가 있다가 드라마 첫 방송은 중간부터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뜻깊었고요. 다들 재미있다고 얘기해주니까 안심했고 동료들과 가족들의 메시지 보고 또 안심했고요. 지난 힘든 시간이 생각났다가 없어지면서 진짜 행복했어요."

"어떤 회차는 김병철, 명세빈, 민우혁, 백주희 배우가 다 모여서 시청한 적이 있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 또 결말이 웃겨서 떼굴떼굴 굴렀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김병철 배우는 집중을 못하더라고요. 자신이 연기한 것 보느라고. (웃음) 이상한 게 이번 드라마는 사람을 모으게 돼요. 저희 감독님도 그러시더라고요. 가족들도 엄마 집이 가까우니까 엄마랑 보고 집에 올 때도 있고 친구들이랑 볼 때도 있고요. 관전이 재미있던데요. 댓글 열어놓고 봐요."

무한 재관람 혹은 재시청. 그래서 'n차 관람'이라 표현한다. 이 드라마는 아주 빠른 속도로 'n차 관람'이라는 단어와 명장면 다시 보기, 리뷰 영상 등이 표출됐다. 엄정화는 김병철 배우만큼 본인의 연기를 모니터 하는데 민감하지 않지만 방송을 처음 볼 때는 댓글을 보며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n차 관람'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주변 지인의 긍정적인 반응에 "애정이 돌아오고 있다"는 말을 했다.

5월 20일 방영된 JTBC ‘뉴스룸 스틸. 사진=JTBC 제공
5월 20일 방영된 JTBC ‘뉴스룸 스틸. 사진=JTBC 제공

"제가 마흔 되기 전에 '디스코' 할 때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떤 후배들이든 막막함을 느끼지 않고 '저 선배도 갔으니, 저렇게 했으니' 그런 느낌으로의 무대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그건 마치 제가 제게 주문 거는 것처럼 얘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제가 '잘못 살진 않았다' 이런 생각은 들긴 해요. 어떤 데서 느끼냐면 작품이 잘됐는데 다들 같은 마음으로 기뻐해 주시는 거예요. 동료분들한테서도 메시지 너무 많이 받았고. 너무 기쁘다고. 너무 감동이죠."

엄정화는 댄스가수로서 '닥터 차정숙'의 중심이 되어 연기하며 느낀 건 "공감"과 "변신"이다. "동년배 여성으로서 서사를 그릴 수 있어서 행운이라 생각하고 어떤 작품에서든 이렇게 대변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그 작품 안에 있고 싶다"고 하는 그가 결혼하지 않았기에 느끼는 게 있을까. 그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도 분명 있지만 결혼하는 데 일하는 시간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달려오기까지 앞에 서서 '예전엔 이렇게 했지만'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아니야', '우리 다 이렇게 하고 있잖아'라고 말하는 세대가 되었다. 온몸으로 맞부딪히며 나아가고 있는데 결혼이 일에 치이며 영향을 주었던 시대를 지나던 그였다. 엄정화는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배우들에게는 전혀 방해되지 않고 아기를 낳은 후에도 애정극도 할 수 있는데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엄정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엄정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 차정숙'은 시대를 막론해 성장하는 '정숙'의 서사를 그렸다. 엄정화는 "남편에게 기대하지 않고, 남편에게 희생하지 않고, 로이에게 기대지 않고, 로이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로이를 선택하는 건 또다시 뭔가 어떤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정숙' 입장에서 그렇게 느꼈을 것 같다"며 '희생의 선순환'을 말했다. 그는 "오롯이 로이를 응원해주고 싶지, 그 사람의 인생에 힘듦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며 '성장'의 의미를 소개했다.

"저의 원동력은 일에 대한 애정인 것 같아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못하겠다'가 아니고 '좋아하는데 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제가 출연한 드라마 중 딱히 흥행한 작품이 없어요. '닥터 차정숙'은 저의 대표작이 될 것 같고 그러한 대표적인 내용을 그리고 있고요. 또 삶에서 힘을 많이 받았던 건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 것. '정숙'이 선택을 한 건 결코 외롭거나 불행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자기 삶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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