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방영 이후 '엄정화' 아닌 '차정숙'으로 불리는 것에 감동
촬영 전 김병철, 송지호, 이서연 등 극중 가족과 식사하며 친해져
점잖으면서 배려심 넘치는 김병철 같은 상대역을 만나는 건 행운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지난 4일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살아있는 이 순간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한 ‘차정숙’(엄정화 분)의 성장은 진한 울림을 남겼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였던 ‘차정숙’.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게 된 그의 이야기는 세상 모든 ‘차정숙’들을 소환하며 공감 이상의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극중 '차정숙'과 같이 갑상샘암 수술을 받고 한동안 활동을 쉬었던 엄정화는 어렵게 마음먹고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술 이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움도 많았고 꿈을 좇아왔던 시간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느낌"이었다며 힘들었던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차정숙'이 병증을 이겨내고 꿈을 찾아가는 모습에 엄정화는 실제로 "위로받았다"고 했다.

"제겐 큰 수술이었고 후엔 시야가 달라지는 것 같았어요. '인생이 별것 없구나'. '이게 다인 것처럼 울고 웃고 해도 언제 어떤 일에 부딪힐지 모르고 건강 잃으면 모든 게 소용없다'는 생각도 있고요. 이 수술을 계기로 인생에 대한 자세가 달라진 것 같아요. '차정숙'과 비슷한 지점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자'라는 걸 크게 공감했어요. '정숙'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저도 많이 공감됐고 치유됐던 시간이기도 해요.“

배우 엄정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엄정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치유의 과정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때까지 활동하며 '엄정화'가 아니라 '차정숙'이라 불리는 것도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동이다.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는 게 어려운 만큼 시청자들의 뇌리에 뚜렷한 잔상을 심은 그의 연기력과 호소력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인호'와 '승희'(명세빈)의 불륜 사실은 '트루먼 쇼'처럼 연출된다. 딱 한 사람만 모르고 모든 이들은 아는 상황. 마지막으로 '정숙'이 '인호'와 '승희'의 오랜 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냐'며 다그칠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이었기에 엄정화에게도 감정적으로 어렵게 다가왔다. '인호'의 사생아이자 '승희'의 딸 '은서'(소아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계단에서 오열하는 장면도 어렵게 촬영한 장면이다.

"저는 오롯이 '정숙'의 감정을 따라가긴 했는데 ''정숙'이 너무 불쌍하다'라는 감정을 생각하고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정숙'의 상황에 불쌍하게 여기고 눈감아주시는 것에 저도 놀랐습니다. '정숙'의 삶을 대하는 자세는 제가 좋아하는 지점입니다. 뭔가 너무 힘든 상황이나 어떤 벽에 부딪혔을 때 숨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들이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예요.“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 사진=JTBC 제공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 사진=JTBC 제공

엄정화는 촬영에 참여한 극중 메인 타이틀을 가진 배우 중 가장 경력도 나이도 많은 선배로 현장에서 배우들을 이끌었다. 그는 촬영 전 배우들이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점심 식사 자리를 주도했다. "극중 아들인 송지호 씨가 굉장히 핫한 와인 바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이 맛집이다"라고 기자에게 "예기치 않게 홍보를 하게 됐다"며 웃었다.

"거기서 직접 점심을 먹으며 딸, 이랑 배우와 같이 네 명이 밥 먹으며 친해지려고 얘기도 하고. 그리고 병철 배우가 노력도 많이 했고요. 촬영할 때도 오히려 저는 병철 배우 때문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사람이 모난 데가 하나도 없고 너무 점잖고 배려심 있고요. 사실 상대 배우가 그렇게 마음을 열어주고 마음 없이 장면을 연기 할 수 있는 게 굉장한 행운이거든요. 그래서 참 좋았던 상대역이고 배우인 것 같아요."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 사진=JTBC 제공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 사진=JTBC 제공

엄정화와 김병철. 미혼인 두 배우가 깊은 부부애와 모성애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다. '미혼인 이들이 결혼에 대한 갈등 많은 드라마를 연기하며 결혼에 대해 더 깊은 염증을 느낄 수도 있었겠다'는 평에 엄정화는 "'정숙'의 대사에 '아무리 좋아 죽고 못 사는 커플도 시간 지나면 데면데면 남처럼 사는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결혼이 어려운 것 같다"며 결혼관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다 유지하고 이제 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으니 어려운. 결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지나오며 달라지는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다기보단 예를 들어 뭔가 육아나 아기가 결혼의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쯤 결혼하는 게 적기가 아닐지 생각도 드는데. 친구처럼 기대면서 뭔가 아웅다웅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니 그런데 사람이 없어요. (웃음)"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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