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코믹부터 진지까지 스펙트럼도 넓고 자기중심도 있어 든든해
시청률 높아도 비평이 많은 채로 수치가 잘 나온다면 좋은 작품 아냐
드라마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작품성과 시청률 적절히 합쳐져야 해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닥터 차정숙'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8.5% 수도권 19.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지켰다. 연출자 김대진 감독은 "시청률이 높다고 꼭 좋은 작품인 건 아니고, 작품성은 좋은데 시청률이 안 나오면 그것도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는지 늘 의문"이라며 "드라마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가 적절히 합쳐져야 좋은 작품"이라며 시청률과 작품성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김대진 감독은 엄정화에 대해 "30년간 연기와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를 알았다"며 "매 순간 진심이고 마음이 맑고 넓어 단역 하나, 스탭 하나까지 다 품어주고 걱정해주는 배우"라 말했다. 엄정화는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는 배우다. 그 마음을 눈으로 다 주다 보니 함께 하는 배우들의 감정도 더 극대화됐다. “정숙이 눈만 보세요. 그러면 다 돼요”가 디렉션인 경우가 많았다.

"김병철 배우에겐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함께해보니 훨씬 훌륭한 배우였어요. 코믹부터 진지까지 스펙트럼도 넓고 자기중심도 있어 감독으로서 든든한 연기자였어요. 작품 전체의 베이스를 깔아준달까요. 성격이 세심해서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오는데 혼자만 살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배우들과 항상 맞춰가죠. 덕분에 평범했으나 생각지도 않게 재밌어진 포인트와 장면이 많아졌어요."

'닥터 차정숙' 현장 스틸. 사진=JTBC 제공
'닥터 차정숙' 현장 스틸. 사진=JTBC 제공

'승희'의 경우 명세빈도 전혀 안 해본 캐릭터여서 배우도 감독도 걱정하며 시작했는데 베테랑답게 '승희' 캐릭터를 소화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엄정화, 김병철, 박준금 배우를 따로 만나 함께 대본을 읽어보고 작품 얘기도 하며 '승희'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정말 오랜 기간 연기를 한 배우로서 쉽지 않은 자세였지만 그런 노력을 했기에 '승희'가 만들어졌고 명세빈도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시청률이 높아도 비평이 많은 채로 수치가 잘 나오는 것이라면 사양하고 싶어요. 어릴 때 드라마 감독을 꿈꾼 이유도 드라마를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면 좋아서였죠. 저도 어릴 때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데 그걸 계도적으로, 직접적으로 던져주는 게 아니라 스며들게 하고 싶어요."

그간 범죄, 수사, 누아르, 스릴러, 공포, 코믹, 액션, 가족, 의학, 성장, 휴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던 김대진 감독은 사람이 잘 보이고 사람들의 관계가 재미있으면 어떤 장르든 상관없이 도전하고 싶다.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해서 끝까지 시청했을 때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라면 더 좋다.

"요즘 유행하는 세계관, 이런 것에 너무 신경 써서 시청자가 굳이 ‘이해를 해야’하는 작품보다는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배경과 설정에 인물들을 던져두고 관계들을 살피는 이야기가 만드는 사람으로서도 보는 사람으로서도 편해요. '닥터 차정숙'처럼요.“

'닥터 차정숙' 연출자 김대진 감독. 사진=강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 차정숙' 연출자 김대진 감독. 사진=강엔터테인먼트 제공

"1년이면 몇십 편의 드라마가 방송되는 데 그중에는 화제 속에 방송되는 드라마도 있지만, 방송했는지도 모르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드라마도 많다"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드라마가 많은 것도 모자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볼 수 있는 해외 드라마도 많아졌고 드라마가 아닌 ‘콘텐츠’라는 것은 더 많아 온종일 봐도 다 못 볼 만큼 볼거리가 너무도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 그는 ‘나까지 뭘 만들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차근차근 만들어온 '닥터 차정숙' 방송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그 OTT 덕분에 세계 10개국에서 1위를 하고 전세계에서 5위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감사하다 못해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자문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니. 참 뜻깊은 소회다.

"감독으로서는 볼 때마다 아쉽고 부족한 게 더 많이 보이지만 그 모든 것에도 '닥터 차정숙'을 사랑해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아니 '정숙'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살면서 여러 가지 고난의 시간이 오더라도 '정숙'이처럼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 마지막엔 눈 부신 햇살 속에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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