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기화학·동부제철 등 부실기업 회생에 '일가견'
인수합병 귀재로 평가, KG그룹 대기업 반열에 올려
쌍용차 인수 강한 의지, 인수전 향방에 관심 집중돼

 KG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에 나수면서 곽재선 회장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그는 과거 M&A 등을 통해 기업회생의 일가견을 보였다. 사진=KG그룹 홈페이지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KG그룹은 지난 12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 측에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사전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KG그룹을 이끄는 곽재선 회장에 대한 과거 이력도 재조명된다.

◆부실기업 인수, KG그룹 주력으로 키워

곽 회장은 1959년생으로 재계에서는 아직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는 상고를 졸업하고 곧장 건설회사 경리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5년 동업자와 건설플랜트업체인 ‘세일기공’을 설립하며 사업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사업가 경력을 쌓으면서 그는 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로 평가받기 시작한다. 곽 회장은 경영난으로 존폐위기에 놓인 수많은 기업을 흑자기업으로 회생시킨 이력도 보유했다. 

그가 이끄는 KG그룹은 국내 최초의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다. 그는 2003년 경기화학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KG그룹에 시작을 알렸다. 경기화학은 국내 최초 비료회사로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곽 회장이 인수를 나섰던 시점에 경기화학은 1999년부터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흔들리는 기업이었다. 그는 주변 만류에도 인수를 몰아붙였다. 인수 직후에는 사명을 KG케미칼로 변경했다.

곽 회장은 KG그룹 회장 취임 6개월 만에 KG케미칼을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연간 매출은 인수 전 1341억원에서 지난해 4조9315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왔다. 성장을 발판으로 KG케미칼은 그룹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KG케미칼은 그의 M&A 성공신화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곽 회장은 M&A 성공을 토대로 이니시스, 에듀원,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그룹 외형 확장에 나섰다.

특히 동부제철 인수는 그를 M&A 귀재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동부제철도 KG케미칼처럼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2014년 경영난 속에 채권단과 자율 협약을 맺고, 2015년부터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곽 회장은 2019년 3600억원을 투자해 동부제철을 인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에 그룹으로 편입된 동부제철은 2019년 2월 공식 출범했다. 당시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은 향후 KG그룹을 이끌어 갈 맏형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KG동부제철 신임 회장에 올라 회사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출범 첫날부터 칼라강판 및 연구개발(R&D) 연구소 투자 계획 등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비용 절감과 적자에 시달리던 강관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의 노력으로 회사는 지난해 매출 3조3548억원에 영업이익 29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43%, 영업이익은 176% 늘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흔들리는 기업에서 견실한 성장을 이루는 기업으로 변모했고, KG스틸로 사명도 바꿨다.

곽 회장은 이처럼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곽 회장이 이끄는 KG그룹은 산하에 언론사 이데일리를 비롯해 계열사 포함 9개 분야의 20개 기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룹 성장 '큰그림'… 쌍용차 인수 나서

그는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자동차사업 진출을 꿈꾸는 모습이다. 쌍용차를 그룹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쌍방울그룹과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도 인수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곽 회장이 과거 기업 회생의 일가견을 보인 만큼 인수에 적합한 기업은 KG그룹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로서 쌍용차의 인수 향방에 대해 예측할 수 없지만, 자금 조달 면에서 KG그룹이 경쟁자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이 평가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약 1조원대로 평가된다.

쌍용차의 부채는 일반 회생채권 5470억원과 공익채권 3900억원 등 약 9370억원 등이다. 인수 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운용자금까지 포함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KG그룹 지난해 말 기준 36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또한 KG ETS 폐기물사업부 등 매각에 따라 하반기 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컨소시엄 참여를 예고한 사모펀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자금 지원을 뒷받침하면 인수자금 마련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 회장도 쌍용차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쌍용차를 청산하면 몇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동부제철을 인수할 때처럼 기업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쌍용차 인수에 나섰던 기업들이 연일 먹튀 논란 등으로 곤혹을 겪었던 사례와 비교하면 곽 회장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업계는 그가 쌍용차를 품게 된다면 그룹에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룹에 중심인 KG케미칼과 KG스틸은 자동차 차체와 내·외장제로 쓰이는 강판을 제작한다. 이에 쌍용차 인수로 인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최근 인수 경쟁자 중 하나인 쌍방울그룹의 경우 자금 조달 우려가 불거졌다.

곽 회장 의지와 함께 그룹이 적극적인 태도로 인수전에 나설 경우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KG그룹은 충분한 자금력과 함께 경영 전반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쌍용차 인수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곽 회장이 쌍용차 인수로 재차 기업회생에 대한 능력을 보일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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