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 등 '반도체동맹' 강화
중국 견제 본격화, '칩4' 참여 한국 정부에 결단 촉구
미·중 싸움에 낀 국내 반도체업계, 공급망 타격 우려

미국와 일본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2+2 외교·경제회의에서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 등을 함께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경제판 2+2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국과 일본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2+2(외교·산업) 장관회의를 통해 ‘2㎚(나노미터)급 차세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우리나라에 '칩4 동맹'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고래싸움에 국내 반도체업계가 '사면초가'로 빠져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견고히 했다. 미일 2+2 장관회의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센터 건립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의 중국 견제가 본격화한 셈이다.

미국은 이와 별개로 한국·일본·대만 등 4개국 반도체 동맹인 ‘칩(Chip)4’도 추진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원료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다. 대만도 칩4 참여를 결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참여 여부를 확정 짓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 생산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공장은 중국 시안과 우시에 위치했고, 삼성의 낸드플래시 제품의 40%, 하이닉스 전체 D램의 절반 가까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특히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으로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참여는 중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정부에 칩4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참여가 최종 확정될 경우 칩4 첫 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칩4 동참 거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 중국 관영매체는 칩4 동맹에 대해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과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라며 칩4 가입은 ‘상업적 자살’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도 미국과 중국 등의 동시 압박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칩4 동참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칩4는 재정 인센티브, 인재양성, 공동 연구개발, 공급망 다변화 등 네 가지 분야가 있다”며 어떤 분야가 도움이 되고 부담이 될지 검토해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칩4 동맹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게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좀 더 디테일이 갖춰지면 정부나 다른 곳에서 이 문제들을 잘 다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도 정부 결단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황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칩4 동맹 참여로 공급망 타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정부 결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결정이 나온 뒤에는 미중 사업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